글쓰기는 엄청난 고독을 요구한다. 그래서 나는 천성적인 자유분방과 고독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만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어려운 선택 앞에서 내가 취하는 행동은, 나의 시간을 글쓰기에만 죄다 쏟아붓지 않는 것이다. 나는 여행은 물론이고 바깥으로 나가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여행 중에는 글을 쓰지 않는다. 나는 얘기하기를 좋아한다. 듣는 것도 좋아한다. 바라보는 것도 좋아하고 관찰하기도 좋아한다. 어쩌면 나는 '주의력 과잉 장애'일지도 모른다. 언제 어디서나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 나는 세상에서 그게 제일 쉽다."- 책 <작가의 책상> 중 수전 손택 편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수전처럼 집중해서 글을 쓰는 이 작업이 참 좋다. 나에게 글쓰기는 무엇일까?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던 시점은 오 년 전이다. 남편을 보내 놓고, 대부분의 관계에서 물러나 혼자 골방에 들어앉아 감당하지 못할 슬픔을 퍼올리며 글을 써 내려갔다. 울면서 울면서. 그 당시의 글쓰기는 어쩌면 울부짖음이며 통곡에 가까웠다.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악다구니 었다. 글쓰기는 막 쓸려 피가 솟아 나는 상처였다.
시간이 좀 지났고 몇 달 전부터 시작하는 글쓰기는 좀 색깔이 다르다. 여전히 글을 쓰며 마음이 쓰리고 눈물이 나지만, 지금은 조금은 한 걸음 거리를 두고 쓰게 된다. 내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생각을 글로 써 내려가다 보면 마음이 정리되고 호흡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이제 글쓰기는 소독하고 그 위에 연고를 발라놓은 상처이다.
앞으로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쓰며 살아갈 것이다. 기록한 것만이 내 삶이다. 일상을 살면서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작업으로 글쓰기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수전 손택의 말처럼 글쓰기는 고독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 스스로 선택한 고독일 것이다. 너무 바쁠 때는 잠깐 멈춤, 너무 게을러질 때는 다시 활력을 넣는 것으로 글쓰기가 역할을 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 지금의 글쓰기는 몸을 따스하게 덥혀주는 따뜻한 한 잔의 커피다.
나는 한량처럼 살 거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좋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 거다. 여행을 좋아하니, 코로나가 지나가면 다시 비행기를 탈 것이다. 수전은 여행 중에는 글을 쓰지 않는다고 했는데, 나는 여행길에 노트북을 챙길 것이며, 내가 머문 곳에서 글을 쓸 것이다. 글쓰기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여행 캐리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