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와 첫 만남
원래 나는 개를 무서워했다. 어렸을 때 잠시 큰아빠네와 함께 마당 있는 이층 집에 산 적이 있다. 군인인 큰아빠가 키우는 하얀 진돗개가 있었는데, 마당에 나갈 때마다 반갑다고 꼬리 치며 다가왔다. 어린 나에게는 그 개의 몸짓이 너무나 커서 무서웠다. 결국 그 개는 시골 할머니네로 갔다. 시골 공기 마시며 정말 오래 살았다.
<TV 동물농장>에서 보는 개는 귀엽지만, 실제 가까이 가기에는 두려운 존재였다.
그러던 내가 2015년 4월 1일 만우절에 희망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 무렵 나는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너무 힘들고 지쳐서 위로를 받고 싶었고, 마음 붙일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 시기에 불쌍한 강아지를 데려와 키워보자는 아빠의 제안으로 대전시 동물보호센터에 갔다. 그곳의 개들은 철장에 갇혀서 사람을 향해 미친 듯이 짖거나, 너무 반갑게 꼬리를 흔들어줬다. 마음이 아팠다. 동시에 개들의 표현이 너무나 격하게 느껴져서 무서웠다.
그중에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마른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검은 개가 있었다. 나를 전혀 해칠 것 같지 않은 순수하고 약간 공허한 눈빛을 보니, 보살펴 주고 싶었다. 당시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시키거나 했었는데, 그 기간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미래를 직감해서 그런가 보다. 너무 안쓰러웠다. 동질감이 느껴졌다. 자신의 삶이 한없이 나락으로 추락해 곧 끝나갈 것을 직감하고 체념한 느낌. 서류에 서명하고, 동물병원에 들렸다 집에 갔다. 그리고 그 개는 '희망이'가 되었다.
희망이와 함께 한 뒤로, 내 삶에 희망이 생겼다. 같이 산책을 나가면서 몸에 힘이 생겼고, 집에서도 나를 쫓아다니는 희망이 덕분에 마음에도 큰 위로가 되었다. 희망이도 삶에 희망을 찾았는지, 쭈구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세상 너무나 활발해서 감당이 안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