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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내 Apr 03. 2021

나 홀로 집에

강아지들의 위로

죽다 살아났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더니 계속 토하고 힘이 없었다. 그 정신에 드라마 <팬트하우스> 보다가 중간에 쓰러져 잤다. 뜨뜻하게 아빠 돌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소망이가 낑낑거린다. 자기도 침대에 올라오고 싶다고 난리다. 어쩔 수 없이 내 방에서 자려는데 이제는 쓰다듬어 달라고 머리를 들이민다. "언니 아프다. 힘들어." 그래도 혼자 기분이 좋았는지 배를 뒤집고 신이 났다. 희망이는 새벽녘에 정신없이 돌아다닌다. 갈수록 태산이다.


아침 7시에 전화벨이 울렸다. 몇 주전에 시킨 물건 배송을 위한 해피콜이었다. 힘없는 몸을 이끌고 부랴부랴 청소를 했다. 9시에 오기로 한 기사님이 8시에 오셨다. 비가 오기 전에 빨리 왔다는데 감사했다. 개 두 마리를 양쪽에 안고 설치 과정을 지켜봤다. 최근에 잘 먹였더니 애들이 무겁다.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해서 바로 나왔다. 이른 오전부터 비가 온다.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실망한 강아지들을 위해 맛있는 고기 간식과 사료를 섞어줬다. 먹는 모습을 보니 배가 고파졌다. 죽을 시켜먹으려고 했는데 이른 시간이라 배달이 안된다. 유튜브를 보고 흰 죽을 만들어 먹었다. 먹었더니 힘이 난다. 다시 책상에 앉았다.


요즘 주변에 코로나 걸렸다는 사람이나 접촉자여서 검사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혹시 나도?'라는 생각에 더 아팠던 것 같다. 혼자 있을 때 아프면 괜히 더 서럽다. 맥없이 계속 누워있었으면 기분까지 우울했을 텐데... 강아지들이 옆에서 위로 아닌 위로를 해 준 덕분에 빨리 나았다. 먹은 것도 없는데 괜히 스트레스받아 체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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