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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글쓰기 Jun 14. 2024

긴 테니스와 짧은 인생



테니스에도 인생의 희로애락이 들어 있어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처음 하게 된 동기는 1967년 대학 시절로 올라간다. 체육 시간에 구기 종목 중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고를 수 있었는데 테니스가 왠지 멋있어 보였다. 80년 초 직장 테니스부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했다. 이사할 때 전제 조건은 집 근처에 테니스장이 있어야 했다. 


중독에 걸린 것처럼 아무리 춥고, 더운 날도 친다. 재미가 있어 온종일 테니스 코트에서 보낸 적도 많았다. 특히 한여름에 땀을 흘리고, 시원한 수박 한 조각은 갈증을 해결해 주었다. 테니스가 60세가 넘으면 무리한 운동이라고 하지만 80세가 넘어도 치는 어르신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신랑감으로 공치는 사람을 고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내에게도 공을 치라고 권유했지만, 눈에 황반변성이 있어 공이 이중으로 보여 못했다.

테니스가 좋은 이유는 여러 분야의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직장에서 다른 부서와 시합하여 이기면 상품도 타고 상사로부터 칭찬받고, 인사고과에 반영된 적도 있었다. 강력한 서브와 스트로크, 발리 기술로 게임에 이기면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사라진다. 하루에 1만 원이면 점심 먹어가며 땀을 흘릴 수 있다. 등산하려면 먼 곳으로 이동해야 하지만 테니스장은 동네 근처에 있기 때문에 운동하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다. 50대가 되면서 비즈니스 목적으로 골프를 배우기도 했으나 계속해서 치기에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들었다. 아쉬운 점은 1995년 이전에는 아파트를 지을 때 의무적으로 테니스장을 만들어야 했었으나 1995년 이후부터 이런 조항이 없어져 테니스장이 줄어들었다. 

테니스장은 마곡동에 위치한 서남물재생센터 테니스장이다. 16면의 앙투카와 케미컬 코트였으나 2023년에 인공잔디로 바꿔 웬만큼 비가 와도 공을 칠 수 있다. 공을 치려면 보통 회원에 가입한다. 회원에 가입하려면 어느 정도 공을 치는 사람을 환영한다. 초보자에게 텃세가 심하다. 이것은 어디 운동에서 마찬가지 현상이다. 자기가 기량이 부족하면 머리를 숙일 줄도 알아야 한다.


요즈음 테니스장에는 80세 넘는 노인들도 공을 치는 것을 볼 수 있다. 60세가 넘어서 시작하면 팔과 무릎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건강 지키며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테니스야말로 인생을 두 배로 더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선택을 잘한 것 중 하나다. 내가 죽기 전까지 팔팔하게 공을 치다가 죽는 게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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