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할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집에 들어 오기
회사에서 선배들이 늘 강조했던 말이 있습니다.
일과 가정을 잘 분리해야 한다.
회사를 나서는 순간 일에 관련된 모든 것을 놓고 집에 들어가야 한다
사실 당시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큰 공감을 하지 못했습니다만, 그로부터 얼마 뒤, ‘핵 공감’을 하게 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저는 ‘젊줌마’ 였습니다. 스물일곱에 첫째를 낳고, 회사에 복직을 했죠. 신입사원 때의 열정, 20대의 마음이 활활 불타올랐습니다. 일 외에도 도전하고 싶은 것들도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틈이 나는 시간에는 공부를 하거나, 무언가를 배우거나, 글을 쓰곤 했습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첫째가 네 살 때 일입니다. 그날도 아이에게 저녁을 먹이고,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놀고 있는 아이 옆에 노트북을 폈었죠. 아이는 계속 놀다가, 그림을 그리다가 ‘엄마 이거 어때?’ 라며 끊임없이 질문을 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건성으로 대답을 하다가, 마무리에 집중의 순간이 확 날아가버리자 저도 모르게 짜증을 확 내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속상했는지 풀이 죽은 모습으로 방에 돌아갔습니다. 글은 곧 마무리 되었고, 방금 전의 제 자신의 행동이 무척 후회가 되었습니다. ‘이게 뭐라고, 짜증낼만한 일도 아니었는데.’ 곧바로 아이 방으로 들어가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자 고작 네 살밖에 안된 첫째가 저를 꼭 끌어안더니 그러는 겁니다.
괜찮아, 왜냐하면 엄마는 무척 사랑스러우니까.
어느 동화책에 나오는 대사였을지도, 누군가가 했던 얘기를 기억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저는 그만 아이 앞에서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골똘히 생각을 했습니다. 선배들이 해준 조언이 이제서야 무엇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회사에서의 내가 있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내가 있고, 집에서 엄마로서의 내가 있습니다.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회사에 관련된 모든 생각, 마음까지도 놓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이 아니더라도 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들도 마찬가지였죠. 그런 것을 꼭 해야 한다면 남편에게 부탁을 하고 미리 시간을 확보한 뒤, 최대한 밖에서 모든 것을 끝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순간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들어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 이외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그때부터 마음의 여유가 없어집니다. ‘아이를 재우고 할까’라는 계획을 세우면, 그날 따라 아이는 귀신같이 알고 칭얼대며 늦게 잠듭니다. 그렇게 되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만큼 아이에게 평소 허용할 수 있는 인내심의 한계치도 줄어들고 짜증이 솟아오릅니다.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을 때의 감정도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저는 그 사건 이후로 일, 그것에 대한 기분과 모든 생각들까지 옷을 벗듯이 살포시 벗어두고 퇴근하는 버릇을 들였습니다. 사무실에서 나오는 순간 ‘회사에서의 나’는 스위치 오프입니다. 물론 생각처럼 잘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사랑스러운 엄마로 아이들과 저녁을 함께 보내기 위해 오늘도 노력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