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사회에서 내 마음 지켜내기
어린이집을 가면 오후 5시 이전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하원을 하곤 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아이가 여러 명 이었기 때문에 하원은 엄마나 아빠가 퇴근하면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제일 늦게 하원 하는 축에 속했죠. 사실 우리 아이들은 직장인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생활 스케줄이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시~7시. 대략 10시간 정도를 매일 어린이집에서 보내곤 하죠. 내가 일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너무 거칠게 키우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이 힘들어 할까 봐 늘 걱정과 미안함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엄마들의 커뮤니티를 보면 ‘아이를 위해서 일을 그만뒀다. 그 시간에 아이와 함께 있으니 행복하다’ 이런 글들이 종종 올라옵니다. 그런 글을 볼 때면 부럽다기 보다는 그 걱정과 미안함만 더욱 커집니다. ‘역시 엄마라면 저렇게 아이들을 챙겨야 하고, 그래야 아이들이 잘 자라는 거겠지’라는 사회적으로 학습된 생각이 떠오릅니다. 사회에서 ‘엄마라면 ~해 야해’라고 정해져 있는 정답을 따르지 못하는 나는 엄마로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회사생활이 퍽퍽할 때도 있지만, 일을 하는 데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제 힘으로 버는 돈을 가족과 함께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그렇지만 역시 부족함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데, 한 곳에 올인 하는 것을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런 것이 유독 크게 느껴지는 날이면 무너지고 맙니다. 종종 이런 걱정에 대해 남편에게 얘기하곤 했습니다. 남편은 매일 저의 푸념을 듣기만 하더니 어느 날은 이런 근사한 말을 해주더랍니다.
이건 너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고.
네가 집에 있는 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아이들에게 잘할 수 있지 않다고 생각해.
너의 성격과 가치관에는 지금 일을 하는 것이 너에게 맞는 방향이지.
집에 있으면서 마음이 좋지 않은 상태로 집에 있어봤자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는 없거든.
아이들도 마찬가지야.
모든 것이 완벽하고 충족한 상태에서만은 자랄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
너라는 엄마를 만난 것도 운명이고, 그 운명은 우리 아이들이 몫이니까.
너는 지금도 노력하고 잘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아.
'나'라는 엄마를 만난 우리 아이들의 운명이라는 말이 가슴에 콕 박혔습니다. 뭐라고 알수 없는 뭉클함과 함께 힘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맞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상황이라는 것이 아이에게 꼭 좋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결핍은 누구에게나 있고 또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지나치지 않도록 노력은 해야겠지만요. '나'라는 엄마를 만난 운명이 행운일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