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햇살처럼,
출렁이는 파도처럼_1

육아 우울증에 대하여

by 온다


약 10년 전, 우연히 신랑과 함께 휴가로 통영을 오게 된 저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은 처음이라 언젠가는 꼭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휴가의 마지막 날, 바닷가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꼭 오거나 살아갈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마음 속으로 소원을 빌어보았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 첫째가 태어났고 육아휴직을 냈습니다. 그때 빈 소원이 이루어진 것인지 남편은 갑자기 통영에서 잠시 근무를 하게 되었고, 저는 소원이 이루어졌다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망설임 없이 함께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8월의 한여름에 햇살은 눈부셨고, 바다는 반짝였습니다. 서울의 북적거림과는 다르게 한적한 풍경과 여유 있는 사람들의 표정들. 무엇보다도 집 근처에 바다가 있어 언제든지 바다를 보러 갈 수 있다는 것이 꽤 낭만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낭만도 잠시, 스물일곱에 갑자기 마음의 준비도 없이 엄마가 된 저는 아무 연고도 없는 동네에서 아기를 하루 종일 혼자 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당시엔 페이스북이 열풍이었는데, 이곳에서 친구들이 여행을 다니고, 꿈에 대해 도전을 하며 나아가는 삶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에게도 명확한 꿈이 있었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는데. 망가진 건강과, 살이 쪄서 더 이상 맞지 않는 옷들. 이런 생각이 반복되다 보니

이렇게 지내다 내 꿈은 끝나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공포가 다가왔습니다.


창이 유난히 많았던 그 집엔 낮이면 눈부신 햇살이 들어왔고,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양 저를 보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죠. 아기를 보고 살림을 하는 것은 이상하게도 온전히 정신이 몰입되기 보다는 이런저런 생각과 감정이 떠올라서 괴로웠습니다. 해가 저물어갈 때면 더 이상은 집에 못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갓 백일이 넘은 아이를 안고서 바닷가를 걷곤 했습니다. 괜히 차 한잔을 사 들고는 바닷가를 걸으면서 ‘아. 정말 참 좋다’라고 생각했죠. 아이를 안고 땀을 뻘뻘 흘리며 생각처럼 우아한 상황은 아니었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실대는 파란 바다를 볼 때면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신이 망가져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아름다운 풍경도 더 이상 온전히 저를 치유해 줄 수는 없었습니다. 몸은 피곤해서 짜증이 늘었고, 누구와도 제대로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이 그렇게 괴로울 수 없었습니다. 어떤 날은 슈퍼에서 ‘얼마에요’라고 대화한 것이 전부였고. 가장 많이 대화한 날은 소아과 의사선생님에게 진료를 본 날이었습니다. 남편은 평소에 자상한 사람이었는데 일이 고되었는지 집에 와서 말없이 핸드폰만 보다가 잠들곤 했습니다.

나에게 조금만 신경 써주면 안돼?

라고 물으면

너만 생각하니. 나도 하루 종일 피곤했어.

라고




언젠가 인터넷에서 엄마들의 커뮤니티를 보면, ‘외로워요 친구가 되어주세요’라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처음엔 그것이 참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지역이 같고 엄마라는 이유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생소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엄마는 외로움에 대해 이렇게 외딴 섬이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외롭고, 또 외롭다. '외로우니 친구가 되어주세요.' 저는 오후에 아이의 낮잠을 재우다 그 글을 보고 혼자 펑펑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때부터 점점 늘어가는 짜증과 눈물에 남편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몸을 좀 움직여 보는 것이 어때?”라며 잠시라도 아이를 맡길 사람을 알아보고 너의 시간을 조금씩 가졌으면 좋겠다고 권유했습니다. 남에게 아이를 맡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저는 일단 알겠다 대답하고는 늦은 밤, 잠시 밖을 나가 바닷가를 걷다가 늘 가던 까페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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