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을 덜어내는 나만의 주문
여느 엄마들이 그러하듯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디폴트로 지니고 다녔습니다. 아이가 조금만 아파도, 어딘가 남들보다 부족하게 챙겨주는 못 한 나를 발견할 때면 모두 ‘내가 살뜰히 보살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만 가득 찼으니까요. 가족이 모두 잠든 뒤 하루를 마무리 하는 순간,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스쳐지나 갑니다.
난 엄마로서 부족해. 제대로 못하고 있어
그러면 그 동안 꾹꾹 눌러왔던 죄책감까지 한꺼번에 휘몰아칩니다. 이런 패턴으로 내 스스로에 대한 비난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마음에 자꾸 멍이 들었습니다.
괴로운 마음을 달래고자 명상을 배워보기도 했습니다. 명상 수업에서는 현재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그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 도움이 될 것 이라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나의 생각들에 대해 관찰해보고, 그 ‘알아차림’을 느끼고자 노력을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억울한 마음과 함께 평소와 다른 생각이 들게 된 것입니다.
왜 나는 나조차 나를 괴롭히는 거야? 그러지 않아도 힘든데.
가족이며 회사며 내 자신이며 책임감은 무겁고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은데.
잘하지 못할지언정 적어도 나는 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비난만 하는 거야.
내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생각에 빠져 부정적인 상태로 계속 있는 것은 분명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합니다. 알아차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죠. 하지만 이렇게 빈틈을 노려 찾아오는 이 비판의 목소리가 또 들려오면 어떻게 잘 지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나는 노력하고 있는데..' 이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문득 떠오른 대화 하나가 있습니다. 첫 아이가 태어날 무렵의 일입니다. 시누이의 집을 방문했었는데 책장 한 가득 육아서가 가득했습니다. “이런 것이 정말 도움이 되나요?”라는 나의 질문에 시누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내가 육아에 자신이 없거든.
근데 아무리 못해도 노력을 많이 하면 중간 정도까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많이 읽어보고 있어.
그 대화의 기억이 ‘나는 노력하고 있는데’라는 말에 힘을 더해 주었습니다. ‘그래, 난 적어도 노력하는 엄마지. 다른 엄마들보다 부족한 점이 더 있을 수 있어도. 난 나만이 해줄 수 있는 방법으로, 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서 늘 열심히 노력하는 엄마지. 그랬지’
그때부터 아이에게 뭔가 부족함이 느껴지거나 죄책감이 들 때마다 '아니야, 나는 그래도 노력하는 엄마야'라고 바꿔서 다시 되뇌어봤습니다. 그렇게 되뇌다 보면, 신기하게도 날을 세우며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가시들이 슬슬 제자리로 물러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나만의 마법 주문인 셈입니다.
이제 저는 ‘나’ 이기 때문에 ‘나’만의 노력할 수 있는 점을 더 찾아보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단점들을 바라보고, 스스로를 지적하고, 이를 커버하기 위해 애쓰는 대신 나의 장점으로 아이들이 더 즐겁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실행을 해보는 것이죠.
좋은 엄마, 평균 이라는 것은 엄마의 모든 부분에서 가장 좋은 것만을 합쳐 놓은 허상입니다. 그런 완벽한 기준에 제 자신을 맞추다가는 죽는 날까지 지적하고 고치다가 인생이 끝나고야 말 것 같습니다. 저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잘 돌보기 위해 오늘도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되뇌어 봅니다.
나는 적어도 노력하는 엄마야,
그러니까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