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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요일 Jan 10. 2017

0004.
아이폰 7 플러스의 특별한 카메라

"아이폰으로 포토그래퍼가 될 수 있을까요?" 두 번째 이야기

그래서,
이번 아이폰 카메라는 어때요?

매해 가을, 새로운 아이폰 출시와 그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연례행사가 됐습니다. 올해는 아이폰 7과 아이폰 7 플러스로 발표됐고, 역시 여느 해와 다름없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어쩌면 다른 해보다 더 뜨거운 것 같기도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다른 해와 달리 5.5인치 대화면 모델 아이폰 7 플러스 모델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유독 높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니, 카메라 때문에.'


매끈한 제트 블랙 컬러의 새 아이폰, 그 위로 불쑥 튀어나온 두 개의 카메라를 보며

오랜만에 다시 한번 해묵은 질문을 꺼내 봅니다.


"아이폰으로 포토그래퍼가 될 수 있을까요?"



2년 전, 첫 번째 대화면 아이폰 6 플러스를 사용하며 끊임없이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예닐곱 달쯤 지나 '아직은, 아니오'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2년 만에 다시 쥔 새 아이폰에 한 번 더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은 카메라가 두 개나 생긴 기쁨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애플이 아이폰의 카메라에 여전히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번 더 속아보기로 했습니다.



아이폰 7 플러스만의 Something Plus - 두 번째 카메라

아이폰 7 플러스와 아이폰 7

아이폰 7 플러스와 아이폰 7의 가장 큰 차이는 카메라입니다. 애플은 아이폰 7 플러스에 시리즈 최초로 듀얼 카메라를 채용했습니다. 광각/망원을 담당하는 두 개의 카메라로 표현의 폭을 넓히고 부가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큰 화면과 배터리 용량 정도 외에는 기본 성능이 같았던 이전 아이폰 시리즈와 달리 이번 아이폰 7은 둘 사이 제법 큰 '차별'이 이뤄진 셈입니다. 그 대가로 둘의 가격차는 전보다 30달러 더 벌어졌습니다.

아이폰 7 플러스의 듀얼 카메라 중 왼쪽은 아이폰 7과 같은 1200만 화소 광각 카메라, 오른쪽이 아이폰 7 플러스에만 있는 망원 카메라입니다. 28mm 광각 카메라의 2배 줌에 해당하는 56mm 렌즈가 탑재돼 클로즈업 촬영에 효과적입니다. 화소는 1200만 화소로 두 개의 카메라가 동일하지만 구조상의 차이로 조리개 값은 광각 카메라가 F1.8, 망원 카메라가 F2.8로 다릅니다. 기본적인 촬영 성능은 여전히 광각 카메라가 '메인'인 셈입니다.



두 개의 카메라, 두 가지 표현 

카메라가 하나 더 늘었다고 화질이 두 배로 좋아지지 않았지만 그것이 아이폰 7 플러스를 전보다 더 근사한 카메라로 만든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아이폰 7 플러스의 듀얼 카메라를 사용할 경우 촬영 영역의 차이는 대략 이 정도입니다. 디지털카메라에선 광학 3-4배 줌도 부족하게 느껴졌는데, 아이폰 카메라에서 2배 줌은 그 효과가 생각보다 뛰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넓은 풍경 중 원하는 부분만 확실히 덜어내 담고 싶다면 과감히 망원을 선택하는 것도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에 없던 새로운 경험이 되겠네요. 


애플의 UI 답게 카메라 전환이 매우 쉽고 빠르게 이뤄집니다. 촬영 화면 하단의 원형 버튼을 터치할 때마다 1x, 2x라는 표시로 광각/망원 카메라가 전환되며 버튼을 누른 채 드래그하면 최대 10배까지 디지털 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촬영 화면 일부분을 확대하는 디지털 줌은 일반 촬영에 비해 화질이 크게 저하됩니다.


[ 좌 : 28mm 광각 | 우 : 56mm 망원 ]

좌, 우로 비교한 두 카메라의 결과물을 비교하면 단순한 화각의 차이를 넘어 광각, 망원 카메라가 가진 근본적인 연출의 차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첫 번째 사진의 주 피사체인 의자는 망원 촬영에서 그 주목도가 월등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두 카메라의 컬러 표현입니다. 광각 카메라가 기존 아이폰의 색감에 가깝다면 망원 카메라는 녹색 톤이 강조돼 상대적으로 따뜻한 느낌으로 표현됩니다. 인물 촬영을 배려한 것일까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두 배로 늘어났습니다.

- 아이폰7 플러스 | 28mm | F1.8 | 1/2227s | ISO 20 -
- 아이폰7 플러스 | 56mm | F2.8 | 1/1916s | ISO 20 -

카메라로써 아이폰 7 플러스의 가장 큰 가치는 카메라 숫자가 늘어난 만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두 배로 다양해진 것입니다. 아이폰 7보다 약 130달러를 더 지불하고 얻은 망원 카메라는 메인 카메라 못지않은 화질과 하나의 카메라에선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활용 그리고 특화 기능으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저와 조금 더 가깝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전보다 조금 더 스마트폰 카메라를 자주 꺼내게 됐다는 것이 제겐 중요한 변화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반가운 소식입니다.



손에 익은 펜, 28mm 광각 카메라

아이폰 7과 7 플러스에 공통적으로 탑재된 광각 카메라는 몇 년의 시간을 거치며 이제 '두 번째 눈'이라 불릴 정도로 익숙한 도구입니다. 별다른 설명 없이 늘 해오던 방식대로 그렇게 일상과 여행을 기록하게 되죠. 다만 아이폰 7 플러스를 사용하면서 광각 카메라가 이전보다 더 넓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아이폰 6s의 약 30mm 카메라보다 미세하게나마 더 넓은 28mm 광각 렌즈가 탑재됐습니다.


때문에 전보다 더 넓고 시원한 풍경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더불어 왜곡 등의 약점도 함께 안게 됐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사용자가 더 넓은 카메라를 환영할 것입니다. 아이폰 7 플러스의 경우 확실한 망원 카메라가 생기며 그 장점이 더 부각되겠죠.



처음 쥐어보는 붓, 56mm 망원 카메라

오른쪽 망원 카메라는 한동안 새로 선물 받은 두꺼운 붓 같았습니다. 기존의 방식대로 찍기에는 너무 좁고 답답한 데다 어렵기까지 하니까요. 조심하지 않으면 망쳐버리기도 합니다. 그동안의 스마트폰 카메라에 익숙한 분들은 자칫 금방 외면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가갈 수 없어 아쉽고, 당겨 찍자니 화질이 떨어져 아쉬운 몇몇 순간. 그때 이 망원 렌즈가 힘을 발휘합니다. 강 건너 첫눈 내리는 풍경을 담았던 날 저는 새 망원 카메라의 힘을 제대로 느꼈습니다. 이와 함께 주제를 확실히 부각하여주는 망원 촬영의 장점은 전에 없던 스마트폰 카메라의 표현입니다. 선과 면, 명암 등을 담아내는 감각적인 연출을 더할 여지 역시 높아졌습니다. 평소 DSLR/미러리스 카메라에 50mm 내외의 단초점 렌즈를 즐겨 사용하셨다면 어쩌면 이 망원 렌즈가 광각을 밀어내고 메인 카메라 자리를 차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인물 모드의 아웃포커스 효과

애플은 망원 렌즈만의 주제 부각 능력에 마치 DSLR 카메라로 촬영한 것처럼 배경 흐림 효과가 더해진 '인물 모드'를 아이폰 7 플러스의 핵심 콘텐츠로 내세웠습니다. 손쉬운 설정으로 '이거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맞아?'라고 할 정도로 근사한 이미지를 안겨 주는 인물 모드는 유독 대화면 아이폰인 플러스 모델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일반 모드와 인물 모드를 비교하니, 꽤 그럴듯하죠?


게다가 주 피사체와의 거리를 계산해 거리에 따라 배경 흐림 정도에 차이를 둬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초점 영역 바로 뒤 근거리 배경은 배경 흐림이 시작되는 영역으로 윤곽선이 점차 희미해지는 아웃 포커스 효과의 전형적인 모습을, 화면 가장자리의 가장 먼 배경은 실루엣을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도 표현이 됐습니다.


물론 소프트웨어 보정 방식이므로 이 효과는 DSLR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완벽하지 못합니다. 빛과 거리 등 제약 사항도 많고 오류도 자주 일어납니다. 하지만 아이폰 7 플러스의 인물 모드 촬영은 그간 스마트폰 카메라를 평가하는 오직 하나의 기준이었던 '화질'을 넘어 '능력' 또는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항목을 만들었습니다.


최고의 화질이 아님에도 분명 멋진 카메라인 이유입니다.




그런데 다름 아닌 '화질'에 여전히 갈증이 생긴다면?

- 광각 카메라, I200 만 화소 -


- 망원 카메라, I200 만 화소 -


아이폰 7 플러스의 카메라는 광각/망원 모두 1200만 화소로 설계됐습니다. 화창한 오후에 촬영한 두 카메라의 결과물을 확대, 비교해 보면 화질 역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화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미지 센서 크기는 광각 카메라가 1/3인치, 망원 카메라가 1/3.6인치로 광각 카메라가 센서와 렌즈 모두 우수합니다.


다만 이 1/3인치 센서 역시 현재 경쟁 스마트폰의 카메라에 탑재된 것보다 작고 성능 역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성 갤럭시 S7의 카메라는 1/2.6인치, 구글 픽셀 폰은 1/2.3인치 센서를 탑재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아이폰 카메라의 가장 큰 약점은 '화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아이폰 7, 그리고 7 플러스의 카메라는 전작 아이폰 6S는 물론 2년 전 출시한 아이폰 6와 비교해도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듀얼 카메라와 인물 모드 등으로 표현의 폭을 넓힌 변화에 비하면 기본기에선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특히나 빛이 부족한 실내 사진에서 사진이 마치 수채화처럼 번지듯 표현되는 것은 출시 시기와 가격을 생각하면 좋은 점수를 줄 수 없겠죠.


- 광각 카메라, ISO 100 -


- 망원 카메라, ISO 125 -


언젠가부터 애플 아이폰 카메라의 '약점'이 된 어둠 앞의 무기력함 역시 여전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렌즈가 더 밝아졌지만 이미지 센서 등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불만은 광각보다 망원 카메라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데, 광각 카메라의 조리개 값 F1.8에 비해 망원 카메라의 조리개 값은 그보다 한 스톱 이상 어두운 F2.8이기 때문입니다. 빛이 부족한 실내/야간 촬영에서 이 카메라는 말 그대로 '무기력' 합니다. 인물 모드 등의 장점에도 실내에선 어쩔 수 없이 광각 카메라를 사용할 정도니 차기 제품에서 개선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쉽지만 인정해야죠,

아직 아이폰으로는 포토그래퍼가 되기 쉽지 않다는 걸. 


"결국 또 속았다"


약 두 달간 아이폰 7 플러스를 사용하며 내린 중간평입니다.


아이폰 7 플러스의 카메라는 그 장단점이 너무 명확합니다. 새롭게 시도된 듀얼 카메라는 늘어난 카메라 숫자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스마트폰 사진과 영상의 표현 폭을 넓혔다는 것에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미지 센서 크기와 렌즈 등에서 다소 열세가 있습니다만, 메인 카메라와 동일한 1200만 화소 망원 카메라는 기존 아이폰 카메라가 가진 몇 가지 아쉬움을 효과적으로 해소해 줬습니다. 더불어 쉽게 상상할 수 없던 아웃 포커스 효과를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인물 모드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행위를 더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벌써 수년째 카메라의 기본기에 해당하는 화질에 큰 발전이 없는 것은 명백한 약점입니다. 이미 다양한 경쟁 제품을 통해 높아진 사람들의 기준에 2016년의 아이폰 7 그리고 아이폰 7 플러스는 그 끝이 너무 무딘 펜입니다. 스마트폰으로 포토그래퍼가 되어 보겠다는 꿈은 아무래도 일 년 더 미뤄야겠습니다.



< 아이폰 7 플러스로 촬영한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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