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모 Feb 06. 2020

<사마에게>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죄책감이 들었다

<사마에게> 스틸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사마에게>를 보고 길게 남은 짧은 생각


집에 폭탄이 떨어져 죽은 죄없는 아이를 보며 슬퍼한다. 그러다가 쓰러져 실려온 임신부의 배에서 꺼낸 아이에게서 울음소리가 시작되자 안도한다. 이것을 기적이라고 표현하는 이 장면이 영화 전체 맥락을 놓고 봤을 때 가당한 것인가 찝찝한 느낌이 든다. 가장 마지막에는 사마네 가족의 행복한 모습이 줄줄이 이어진다. 수많은 '실제' 죽음을 본 뒤에 보이는 어떤 한 가족의 행복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심지어 그 가족은 그 죽음들의 이미지를 내 눈 앞에 갖다 놓은 주체다(사마의 엄마가 이 영화를 찍었다). 마치 어떤 아이의 장례식장에 가서 '내 아이가 이렇게 죽는다면 너무 슬플거야' 상상하며 눈물을 흘리고, 집에 돌아와 무사한 자신의 아이를 보며 죽은 아이는 잊고(오히려 그 아이 덕에) 기뻐하는 상황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연히, 엄마의 배에서 무사히 나온 아이와 사마네 가족의 생존은 절대적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것이 못마땅하다는 말이 아니다. 영화는 전체를 온전히 담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얼만큼 보여주는가의 문제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 플로르>를 보고 '영화의 재미'에 대해 생각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