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12
지난주 금요일, 수업에 들어갔는데 아이들이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오늘 무슨 좋은 일 있니? 하니까 아이들이 입을 모아 대답한다.
"쌤 !TGIF니까요"
언젠가 자투리 시간 3분 정도가 남아 퀴즈로 냈던 걸 기억하고 있다. 너무 대견해서 뿌듯하면서도 내용은 까먹고 말만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에 괜히 물어본다. 그래 인정한다 이건 병이다. 직업병.
"오~그게 무슨 뜻이었지?"
"Thanks God. It's Friday!"
금요일에 공부하기 싫어요!
금요일이라고 들뜬 초등학생들을 보니 괜히 귀엽다. 들어가는 반마다 똑같은 질문을 했다. 너희는 금요일에 뭐해? 의외로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불금을 즐기고 있었다. 금요일 밤에 하는 티비 프로그램을 부모님과 같이 시청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유일하게 게임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고, 할머니 집을 가기도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래도 즐겁단다.
갑자기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이야기한다
" 선생님 금요일인데 그런 의미로 숙제를 조금만 줄여주시면 안 되나요?"
" 맞아요 금요일인데 공부하기 싫어요!"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얼굴로 아이들을 쳐다봤다. 할 건 해야지 하면서 말하면서 속으로 다른 생각한다.
맞아 얘들아, 사실 선생님도 가끔은 공부하기 싫은 날이 있어. 내뱉을 수 없는 말을 삼키면서 어림없다는 얼굴로 말한다.
"너희 금요일만 공부하기 싫은 거 아니잖아"
그건 그렇다며 까르르 웃는 얼굴들을 보면서 나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아이들이 잘하고 있는지 확인받고 싶어 주위를 돌아보는 건지, 몰라서 불안해서 주위를 살피는 건지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필요한 말을 해준다.
잘하고 있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
힘들겠지만 계속해보자
선생님은 이거 언제 다 봐요?
중학생들은 생각보다 꽤 재미있는 단계다. 초등학생들 앞에서는 다 큰 척 행동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아직 순진하다. 2학기 기말 내신 대비가 한창이던 와중 학교가 4개 교과서가 3개, 프린트가 왕창인걸 보더니 아이들이 묻는다. 선생님은 이거 언제 다 봐요? 매일 공부만 해요?
세상 당연한 거 아니냐는 얼굴 대답한다.
"당연하지. 선생님은 매일 공부하는데 너희도 매일 해야 되는 거 아니겠어?"
동그란 얼굴들이 헉하는 소리와 함께 제자리로 돌아간다. 사각사각 문제 푸는 소리가 들린다.
내신성적에 압박을 받는 작은 머리통들이 안쓰러우면서 대견하다.
공부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 어디 있겠나. 왜 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모르고 시키는 걸 해내는 건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이들을 응원한다.
선생님도 너희랑 똑같아, 나도 가끔 공부하기 싫을 때가 있어. 그래도 우리 같이 계속하자. 멈추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