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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쌤 Dec 16. 2021

동료가 퇴사했다

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36 

학생들과의 헤어짐이 필연이라면 함께 일하던 동료 선생님과의 이별은 현실이다. 모두들 각자의 사정과 개인적인 이유로 오고 가고를 반복한다. 학원 시장에 뛰어들 때만 해도 학원 강사 이직률이 높다는 건 몰랐다. 정말이지 시장 조사 하나 없이 무슨 배짱이었나 싶다. 나는 지금 선생님이 8~10명 정도 되는 동네 학원에 5년째 근무 중이고 함께 일을 했던 선생님들 중에는 두 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보아왔고 물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것은 내가 꼭 퇴사를 하지 않아도 새로운 사람과 일을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는 대부분 운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별로 달가운 조건은 아니다. 나는 성실한 사람을 좋아한다. 부정적인 사람보다는 긍정적인 말과 생각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이왕 할 거 열심히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잘하는 사람은 더 좋아한다. 함께 일을 하는 동료라면 말할 것도 없다.


퇴사한 동료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해 보자.  회의 시간마다 무언가를 열심히 쓰면서 고개를 무한 끄덕이던 E선생님은 성실한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수업을 들어가게 되어도 말로는 '어떡하죠' 하면서도 빼곡하게 수업 준비를 한다. 끝나고 나서 어땠냐고 물어보면 '재밌던데요'라고 한다. 불평 한번 없이 계속 일을 맡아할 일이 점점 늘어나길래  '이거까지 하고 계시냐' 말했더니  '얼마 안 남았어요' 한다. E선생님은 그런 사람이다.  잠깐 수업 해 본 아이들조차 E선생님이 떠난다는 소리를 듣고 슬퍼할 정도니 그거면 말 다했다. 학생의 성장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또 수업을 즐거워하는 강사다.


하지만 학원에서 일하다 보면 그 자리가 꼭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걸 빨리 알게 된다. E선생님이 그리고 내가,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선생님들이 얼마나 좋은 선생님 인가에 상관없이 말이다. 


아이들은 금방 새로운 선생님을 좋아한다. 나도 익숙한 아이들을 보내고 새로운 아이들과 가까워져야 한다. 동료들이 하나 둘 퇴사하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일을 시작해도 금방 우리는 거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알면서도 섭섭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문득 아이들 입에서 떠난 선생님들의 이름이 나오면 다양한 감정을 한 번에 느낀다.


" 이거 예전에 E 선생님이랑 배웠어요 "

" 맞아요! 근데 E 선생님은 어디로 가셨어요?"


학생들이 떠난 선생님 이야기를 하면 나는 기분이 좋다. 나도 그만 두면 금방 잊히겠지 하는 회의적인 생각을 하다 가도 아이들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여러 선생님들의 단편적인 기억을 보게 될 때면 괜히 내적으로 설렌다. 나는 퇴사하신 선생님들과 종종 만나는 편이라 E 선생님의 근황도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디로 갔는지 이야기할 수는 없다. 왜 그만뒀는지도 말할 수 없다. 


" 어른의 사정인 가요? "

" 그래 야, 개인 사정이 있으시겠지"


노련한 고등학생들은 내가 말을 고르자 이렇게 말한다. 웃음이 터져 말을 잇지 못하자 자기들끼리 결론을 내리고 자리로 돌아간다. 학생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안다. 


 



나는 누군 가의 퇴사를 보면서 퇴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들의 다음 목적지, 그리고 이후의 생활이 궁금하다.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고 끝나는 결말은 동화책에나 있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또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이전보다 상황이 더 좋아지길 바랄 뿐이다. 


오늘 이야기는 몇 달 전 가깝게 지내던 선생님이 퇴사하고 직후에 쓴 글이다. 품고 있다 이제야 내보낸다. 당신의 다음 목적지에는 원하는 것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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