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 공유경제 그리고 전기차
별 걱정 다 한다고 할 수도 있다. 100년이 넘게 (Ford는 115년 된 회사다) 잘 살아왔는데 말이다. 문 닫은 회사나 브랜드는 많아도, 자동차산업이 홀로 위기를 맞은 적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12년 뒤인 2030년에 미국에서 돌아다니는 자동차 수가 약 2억 5천만에서 80% 줄어든 4천만 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기 자동차 보급률이 늘고 차량 공유의 거리당 가격이 차량 소유 대비 1/10 수준으로 떨어지며, 이 때문에 석유 생산량까지도 2020년을 정점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자동차 수요 감소, 전기차와 차량 공유의 위협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 일까? 만약 그렇다고 하면 자동차 회사들은 어떤 전략적 옵션이 존재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인구는 늘고 있고, 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전 세계적 현상이다. 그림 2의 검은 빗금 친 영역이 도시 거주 인구 비중인데, 전 세계적으로 서서히 늘고 있다. 비록 인구의 절반밖에 안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절반의 인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면적은 전체의 3%에 불과하다. 특히 인구가 절대적으로 많은 아시아는 인구가 늘어나는 동시에 도시화 비율도 늘어나는, 승수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도시화에 따른 자동차 업체의 영향은 명확하다. 즉,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자동차를 보유하고 운전하는 것이 편리성이나 시간 측면에서 불리하다. 아래 그림 3에서 보듯이 인구밀도가 낮은 Houston 같은 도시는 , 인구밀도가 높은 Montreal대비 인당 운전 거리가 약 3배가량 된다. 뉴욕시내를 다닌다면 자가용보다는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시 여기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문제는, 자동차 산업이 성장에 기대하는 거의 유일한 곳이 중국인데 중국도 인구밀도가 높기로 유명한 나라라는 점이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신흥 성장시장을 제외하면, 특히 선진국들은 차를 안 사고 버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래 그림 5에서 보듯이 중국은 자동차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한 데에 반해, 미국/독일/일본 등은 여전히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으로도 회복을 못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갑자기 변화할만한 요인은 많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중국마저 포화상태에 다다르면, 자연적인 시장 축소 또는 조정이 예상 가능하다.
자동차는 하루 중에 95%의 시간 동안 주차되어 있다고 한다. 즉, 편차는 있겠지만, 차량의 평균 가동률은 5%에 불과하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낮은 가동률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연간 1억대가량 팔리고 있다. 만약, 가동률이 5%에서 10%, 20%, 50%로 증가한다면 과연 신규 자동차 판매는 어떻게 될까? 현재 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차량은 약 3억대 이고, 신규 구입되는 차량은 약 1천7백만 대, 즉 5.8% 정도 된다. 단순 무식한 논리로, 가동률이 2배가 된다는 의미는 3억대의 가동률이 5%에서 10%로 증가한다는 뜻이다. 즉, 신규 판매가 5.8% 중 5%가 불필요해져서, 신규 판매는 0.8%, 즉, 13만 대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매우 단순화한 계산이라 당연히 허점이 많지만, 무시무시한 시나리오이다. 이러한 시나리오의 주요 변수인 가동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바로 차량 공유경제이다.
잠깐 여기서 가동률의 중요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지금은 포화상태가 된 스마트폰 시장도 한때는 메가톤 급 폭발력으로 기존 핸드폰 시장을 초토화시켰었다. 그 이후 TV 제조사들은 TV 또한 비슷한 길을 걸을 것에 대비해서 저마다 Smart TV를 출시했다. 그 이후 시간이 흘러 돌이켜보면 Phone에서는 Smart Phone이 절대적 역할을 하는데에 반해 TV에서는 Smart TV가 하나의 옵션 정도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가동률의 차이이다. 스마트폰 이전의 폰 (Feature Phone)들은, 하루에 12시간 켜 놓고, 평균 30분씩 통화한다고 가정할 때 가동률이 4%이다. 96%나 차지하는 Idle시간을 스마트폰이 손쉽게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TV는 어떠한가? TV를 켜놓고 안 보는 경우는 시간인 Idle시간이 거의 없다. 즉, TV를 켜는 순간 방송이 나오고, 이를 시청하게 된다. 가동률이 거의 100%로 보면 된다. 그렇다 보니 Smart TV는 기존의 방송과 힘겹게 경쟁을 해야 하는 구조로 인해 효용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즉, 낮은 가동률 속에 distruption의 기회가 존재하고, 자동차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과연 공유경제는 어떻게 자동차 산업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는가? 우선은 한국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 차량 공유가 직접적으로 가동률을 높이는 동인이 될 수 있다. 소유권은 한 명에게 귀속되고 사용권을 공유하는 Car Pooling과 소유 자체를 공유하는 방식 등이 확대되고 있고, 이를 통해 대당 가동률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가능성은 운행거리에 있다. 아래 그림 6에서 보듯이, 자동차로 운행하는 거리의 절반 이상이 5마일(8km) 이내이다. 이 정도 거리는 자전거/전동스쿠터/전기자전거 등 최근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Smart Mobility가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거리이다. 혼자 운전하고, 짐이 많지 않고 비나 눈이 오지 않는 경우라면 자동차 대신 Smart Mobility를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차량 공유와 Smart Mobility는 워낙 큰 주제라 별도로 다룰 예정이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 들 입장에서 전기차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위협이다.
전기차 (수소차도 포함시켜서 생각해도 무방하다)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판매량보다 더 주목해야 될 부분이 모델수의 증가이다. 아래 그림 7처럼 다양한 차종별로 출시되는 모델이 급증하고 있다. Ford, Mitsubishi 등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 (OEM이라고 불리는)들도 있지만, BYD, CODA, Faraday 등 신규 업체들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산업은 시장점유율 측면에서는 큰 변화 없이, 즉, 떠오르는 신규업체의 disruption 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구조가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래 그림 8에서 Chrysler만 FCA (FIat Chrysler Automobiles)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전기차 (Plug-in Hybrid 포함)의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자, 아래 그림 9와 같이 전혀 다른 모습일 뿐 아니라 새로 등장한 자동차 업체들 (특히 중국)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낮은 진입장벽 (특히 기술적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아래 그림 왼쪽은, 일반차량 (내연기관)의 비용구조이다. 총비용을 100으로 보았을 때 엔진, 트랜스미션, 배기 시스템, Equipment 등 자동차 업체별로 엄청난 기술과 특허가 축적된 항목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신규업체가 진입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만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오른쪽 전기차는 35%~50%가량이 배터리 팩이다. 모터나 인버터의 비중 또한 높다. 이러한 부품들은 자동차 회사들의 전문영역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는 마음만 먹으면 제3 업체에게 구매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전기차 판매가 증가해도, 신규업체들의 파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어떠한 대안들이 있겠는가? 아마도 아래에 나열한 옵션들 대부분을 검토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연기관 시장이 전기차로 대체될 것이 분명하면 대안 또한 분명하다. 그림 11처럼 OEM들이 뒤늦게 경쟁하듯 전기차 투자를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금액까지 밝힌 업체는 많지 않다. Mercedes는 2022년까지 연간 약 2조 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고, 이는 약 8조 원 정도의 연간 R&D 투자 대비 적은 금액이 아니다. 나머지 회사들도 이를 벤치마킹해서 따라가는 방법밖에 없다.
뜬금없게 들릴 수 있겠지만 공유경제, 특히 공유자동차 및 Smart Mobilty관련 사업체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최근 현대차가 Grab에 지분투자를 집행했는데, 이는 현명한 선택이고, 그 이유는 빅데이터의 확보이다. 전기차의 시대와 필연적으로 같이 올 시대는 바로 자율주행이고, 자율주행의 핵심은 데이터 기반의 학습이다. 이러한 미래를 준비하려면 공유경제에 미리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짧은 거리의 운행 (Last Mile이라고 부르자) 시장은 전기스쿠터/전기자전거 등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 분야는 Bird, Lime 등 신생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고, 이들은 Uber, Lyft 등 Ride Hailing업체들이 좌지우지하고 있고, 이들은 다시 손정의가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고 있다. 문제는 손정의도 중동의 오일머니를 위탁 운영하고 있고, 통상 5년 후에 정산한다고 보면 2021년에 Uber, Grab, Didi는 물론 Jump, Lime, Bird, ofo, Mobike도 매물로 나올 수도 있다.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이때를 대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인 자동차 산업이 갈수록 힘겨워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안타깝고, 하루빨리 방대한 공급사들을 포함, 다시 일어섰으면 한다. 어쩌면 해답은 가까운 미래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명한 미래준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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