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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눈경영 Jun 05. 2018

공유 자전거 대리전의 용병 ofo/Hellobike

157호 유니콘 ofo와 244호 유니콘 Hellobike

유니콘(Unicorn)은 전설 속의 동물인, 이마에 뿔이 달린 말이다. 동시에, 기업가치가 1 Billion US Dollar (부르기 쉽게 1조 원이라고 치자)를 넘어선 스타트업들을 칭하는 단어이고, 유명한 벤처투자가인 Aileen Lee가 2013년에 처음 그리 부르면서 일반 명사화되었다. CB Insight라는 연구기관이 이를 친절히 정리해 주고 있고,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백만장자의 1천 배 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유니콘들 중 흥미로운 기업들을 골라, 무엇을 하는 회사이고, 어떠한 사업모델과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지를 쉽게 풀어보려고 한다.

갈수록 빨라지는 유니콘 등장주기 (source: CBInsight)

서울시에서는 "따릉이"로 유명한, 공유 자전거 사업은 대표적인 "기업형 공유경제 모델"이며, 전 세계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경우에, 이를 지수적(Exponential Growth)라고도 하고, 하키 스틱 (하키 스틱 모양으로 올라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너무 빨리 증가해서 중국의 일부 도시들이 운행 숫자의 감축을 지시해서, 일종의 자전거 무덤(아래 그림)들이 발생하고 있다. 아래 표처럼, 월평균 사용자가 2017년 들어 하키 스틱처럼 올라가는 모습이다. 

중국 공유자전거의 월간 이용자 수 (MAU: Monthly Active Users)
"자전거 무덤"의 모습


소셜미디어나 클라우드, 차량 공유, 숙박 등의 사업이 대부분 북미에서 검증된 이후에 해외로 뻗어간 반면, 공유 자전거 사업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아래 표 참조) 이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인구밀도가 낮으면 동일 자전거 수를 가정할 때 대당 이용자 수가 낮아지기 때문에 수익성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전거 공유사업

중국은 Mobike와 Ofo 두 업체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군소업체들이 경쟁하는 구조이다 (아래 그림 참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는 중국


그러나, 눈부신 발전 속에서도 거의 과점에 가까운 Mobike와 Ofo 조차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위를 차지하던 Bluegogo는 1300억 원을 소진한 뒤 부도를 선언하였다. 나머지 군소업체들도 하나둘씩 새 주인을 찾고 있고, 선두권을 다투는 Mobike도 O2O업체인 Meitiuan에게 약 3조 원에 매각되었고, 최근 5위 업체인 Hellobike는 지분 36%를 약 1조 8천억 원에 Alibaba에게 매각하였다. 


대부분의 산업은, 시장이 축소되거나 경쟁이 심화되면 합병(Consolidation)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공유 자전거는 시장은 증가하지만 경쟁의 심화 또는 사업모델의 안전화를 아직 찾아가는 과정이라 유사한 합병들이 일어나고 있다.


사업의 기본은, 증자를 하던, 빚을 내던 돈을 모아서 초기 투자를 통해 기반을 닦은 뒤에, 감가상각 기간 동안 열심히 수익을 내서 이를 갚아가는 구조이다. 그러나, 공유 자전거 사업은 자전거 구입 및 App과 공통 인프라 투자에 돈이 들어가지만, 그 이후에는 자전거의 유지보수 비용이 계속 들어가는 사업이다. 이용률이 올라갈수록 이를 감당하는 부담이 증가할 것이다. 한마디로, 돈 벌기 쉽지 않은 사업이란 뜻이다. 


그래도 줄을 서는 투자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 자전거 사업에 투자자들이 계속 몰리고 있다. 아래 그림의 2017년 한 해만 3조 원 가까이 돈을 끌어 모았고, 2018년에 ofo 혼자 약 1조 원을 투자받았고, Mobike는 약 3조 원에 매각되었다. 

  

공유 자전거 사업에 몰리는 돈 (Source: CBInsights)

그러면, 돈을 못 벌고 있고, 앞으로도 벌기 쉽지 않아 보이는 사업에 왜 이렇게 투자금이 몰리는 것일까?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유 자전거보다 한 레벨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Clash of Titans


BAT라는 단어가 요즘은 눈에 덜 띈다. BAT는 British American Tobaco의 약자인 동시에, Baidu, Alibaba, Tencent의 약자이다. 중국의 인터넷/IT를 이끄는 삼두마차인데, PC에서 Mobile로 급속히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서 Baidu의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진정한 Alibaba와 Tencent 간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어지러울 정도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Tencent와 Alibaba (Source: CBInsight)


그런데, 이 두 회사는 전통적으로 영역이 많이 겹치지는 않았다. 한국으로 치면 Tencent는 카카오, Alibaba는 쿠팡이나 Auction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둘이 제대로 붙은 분야가 바로 전자 지갑이다. 중국에서는 동냥도 전자결재로 받는다고 할 정도로 현금이 급격히 사라지고, 전자결재가 이를 대체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이 두회사의 전자 지갑 서비스가 있다. 문제는, 전자지갑이 단순히 신용카드를 담고 있는 결제수단을 넘어, 송금/은행/투자/보험 등 종합 금융상품의 창구로 발전하고 있다. 즉, 은행과 보험사와 증권사가 통째로 주머니 속에 들어온 셈이다. 은행들이 수수료 장사로 연간 벌어들이는 금액을 상상해보면, 전자지갑 사업이 가진 잠재력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전쟁터에서 둘이 만난 것이다. 한참 앞서가던 Alibaba는 Tencent의 급속한 추격에 따라 잡히면서 시장을 거의 양분하고 있다. 

도망가는 Alipay와 추격하는 wechat pay


거인들의 대리전


그러면, Tencent vs. Alibaba의 전쟁에 Ofo와 Hellobike는 어떻게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인가? 우선 아래 그림을 보도록 하자. 공유 자전거의 선두 Ofo는 Alibaba가 지분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Alibaba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중국 최대 차량 공유업체인 디디츄싱(Didi Chuxing)을 통해 Ofo에 지배력을 높였다. 게다가, 디디츄싱은 4위 업체 Bluegogo가 부도나자, 자산의 상당 부분을 인수해서 직접 공유 자전거에 뛰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Alibaba는 또한 5위 업체인 Hellobike에 대규모 투자를 Lead 하면서 최근 Hellobike를 유니콘 대열에 올려놓았다. Alibaba 진영은 붉은색으로 표시해 놓았다.

한편, 2위 업체인 Mobike는 앞서 언급한 대로 Meituan에 인수되었는데, Meituan의 대주주가 Tencent이다. 즉, Tencent가 설계한 밑그림 하에 움직인 결과로 보는 시각들이 많다. 여기서 손정의 회장의 Vision Fund가 공유자동차 분야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결국 5년 뒤에 팔고 나갈 재무적 투자자로 봐야 하기 때문에..


그러면, 공유 자전거와 전자지갑은 어떠한 관계이길래 이러한 대리전이 벌어지는 것일까? 아래 그림을 살펴보자

Alipay App을 깔면, 그림 오른쪽의 6개 공유 자전거 업체 (Ofo, Hellobike, Bluegogo, Youon, funbike, U-bicycle)의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 별도의 App 설치 없이. 마찬가지로, Tencent Pay (원래 Wechat Pay이나 편의상 이렇게 부르겠다) App을 깔면 별도 App 설치 없이 Mobike를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Alipay 고객은, Alibaba가 제공하는 신용정보 서비스인 Sesame Credit상 650점이 넘으면 약 $14에 해당되는 예치금을 면제받는다. 전자지갑이 제공하는 서비스 접점을 늘려서 고객을 묶어두려는 전략이다. Mobike보다 Ofo를 선호하는 고객이면 Alipay의 충성고객으로 남아 있을 이유를 늘려가는 것이다. 통신/인터넷/TV 요금을 묶여 있으면 갈아타기 싫어지는 것처럼..


전자지갑의 대리전과 더불어, Tencent/Aliababa가 공유 자전거에 투자를 늘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데이터 확보다. 모든 데이터가 그렇듯이, 현재 활용도 보다 미래 활용도는 분명히 올라가게 되어있다. 데이터는 제2의 석유라고 한다. 유전을 소유할 수 있다면 투자는 당연하다고 봐야 한다. Ofo만 해도  하루 40 Tera byte의 데이터 생성하고 있고, 이를 정부에 제공, 정부는 이를 분석해서 Smart City, 미래 Transportation system 설계, 보안카메라 설치 최적화 등에 활용하고 있다. 

시드니의 자전거 경로 매핑 사례

 Last Mile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동할 때 기차->버스->도보로 귀가한다면, 마지막 구간을 흔히 말한다. 이는 교통 시스템의 사각지대였다.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이 안되므로. 그러나,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GPS가 달려있는 공유 자전거는, 달리면서 데이터를 뿜어낸다. 이를 바탕으로, 바야흐로 종합적인 시민들의 이동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지고 있다. 그래서 공유차량 업체들이 공유 자전거 업체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이유 이기도하다. Last Mile 데이터의 완성본을 얻기 위해..


이러한 대리전 속에서 Ofo는 여전히 질주하고 있고, Hellobike는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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