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일째, 오늘은 다카야마를 떠나는 날이다. 지난밤 비가 와서 날씨가 흐리다. 하지만 거리가 빗물에 씻겨 깔끔하고 공기도 촉촉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 시간인 10시에 딱 맞춰서 나왔다. 여독이 쌓인 듯. 숙소에 짐을 맡기고 미야가와 아침 시장을 보러 나섰다. 하절기에는 아침 7시부터 열지만, 동절기에는 8시부터 문을 연다고 한다.
미야가와강
사람들이 북적북적할 줄 알았는데 비가 온 여파인지 생각보다 상점과 손님들이 많지는 않았다.
미야가와 아침시장
왁자지껄한 시장의 느낌보다는 관광객의 눈길을 끌만한 먹거리와 물건을 파는 상점과 난전이 대부분이었다. 별 감흥이 들지 않아 어디를 갈까 구글 지도를 들여다봤다. 나고야행 기차는 1시 35분이라 시간이 한참 남았다. 다카야마에 오면 먹어야 한다던 히다규스시 또한 어제 히다규를 먹기도 했고, 조식을 든든히 먹어 끌리지 않았다.
당고 파는 곳은 북적북적
양말 오른쪽 윗부분의 빨강 얼굴들은 '사루보보'이다. 액운을 막아주는 아기 원숭이 인형. 실제 모습은 오른쪽처럼 생겼다.
그러다가 떠오른 곳이 '히에 신사'. 이곳은 영화 '너의 이름은'의 배경지로 유명한 곳이다. 나는 영화를 보지 않아 잘 몰랐지만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길을 무작정 걷고 싶었다. 미야가와 아침시장에서 히에 신사까지는 도보로 25분이 걸렸다.
카지 다리 위의 동상. 어제 본 친구는 팔이 길더니 오늘은 다리가 기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유는? 바로 팔뚝만한 잉어를 보기 위해. 생각보다 잉어가 많이 컸다
히에 신사로 가는 길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한적했다. 걷다가 왠지 신성한 곳을 발견한 느낌이 들어 홀린듯 가보기로 했다.
울창한 나무 사이의 너른 계단을 지나면
신사가 보인다
신사로 들어가는 길이 장관이다. 끝을 모르는 삼나무(?)가 신사로 가는 길 양 옆에 빽빽이 심어져 있다. 길을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다. 사진에 웅장함이 담기질 않아 아쉽네.
다른 시공간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
대나무 관을 통해 물이 졸졸 흐른다. 빨간색 열매가 달려있는 나뭇가지를 놓아둬 눈길을 끌었다.조경에 진심인 일본.
물이 차가워 약수는 패스
소원을 접어봐
동전도 넣구요
빨간 문은 뭐지?! 했더니 여기가 바로 히에 신사였다! 이 문이 '너의 이름은'에 나온다. (집에 와서 영화 요약본으로 복습함.)
히에 신사
사당
영화 팬이 아니라 빨간 문에 열광하지는 않았지만 신사로 오기까지의 숲길이 멋있었다. 사색하기 좋은 길. 다카야마 시내에서 다소 떨어져 있지만 번잡함이 싫다면 분명 반할 곳이다. 산마치 전통거리, 미야가와 아침시장을 제치고 다카야마에서 제일 좋았던 곳, 히에 신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