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싱가포르로 교환학생을 갔다. 특이하게도 시험 전에 reading week(이하 '리딩 위크')가 있었다. 이 기간에 학생들은 과제를 하거나 시험공부를 한다. 읽어야 할 자료가 방대하니 이렇게 따로 시간을 주는 것인가. 대학 공부의 8할은 읽는 것이니 이름 한 번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영국에 연수를 갔을 때도 리딩 위크가 있던 걸 보니 영국식 교육의 전통인가.
암튼 이 리딩 위크에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은 여행을 갔다. 싱가포르 주변 국가들로 여행 가기 딱 좋지 않은가. 공부만 하면서 교환학생 기간을 보내기엔 고달프니 어차피 한국 대학 학점에 교환교 성적이 반영되지 않아 마음 편하게 여행을 다녔던 기억이 있다.
대학 시절의 추억으로 남아있던 이 리딩 위크가 직장인이 되어서도 가끔씩 생각이 났다. 직장인에게도 리딩 위크가 필요하다고!!!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은 일상을 벗어나 책만 읽으면서 유유자적하고 싶은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날이 더워 이곳저곳 다니기보다는 마음 편한 공간에 틀어박혀 책만 읽으면서 보내도 충분히 좋은 휴가라고 여긴다.
고로 이번 여름휴가에는 리딩 위크를 가졌다. 공연을 보러 갔다가 시간이 나면 근처 북카페를 찾아가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기차를 타면 오디오북을 듣고, 지하철을 타면 밀리의 서재 책을 읽었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나 읽어야 하는 책을 ebook에 잔뜩 저장해 놓고 집에서 선풍기 틀어놓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책을 읽는 시간이 왜 이렇게 달콤했던지. 집중의 모먼트 동안 12권의 책을 읽었다.
고로 직장인에게도 리딩 위크가 필요하다. 잠깐 멈춤의 시간을 통해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또 새로운 생각을 접하는 것이 리딩 위크의 본질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