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왜 놓쳤지?
“뱀? 뱀…. 문신 이요?.”
이형사는 일순 멈칫했다. 익숙 하지만 그에게도 역시 마지막까지 물음표로 남았던 단서가 그녀에게서 다시 질문으로 되돌아왔다.
현우는 김문일 팀장이 남몰래 뱀 문신에 대해서 파고들었던 걸 아는 몇 안 되는 동료 형사다.
당혹스러워하는 현우의 표정을 읽지 못하고 수련은 뭔가 쫓기듯 다급한 마음이 되어 자기 할 말만 하고 있다.
“손목 아니어도 손등이나, 어쨌든 뱀이 살아있는 듯 휘감은 모습은 맞아요. 조잡하든 화려하든, 있긴 있어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자기 톤을 찾아와 대답을 해주는 이 형사.
“그거야 전화 한 통으로 알아볼 수 있는데 수련 씨가 그걸 왜?? 팀장님도 소아성애자 관련 사건만 나오면 뱀 문신을 찾으셨거든요.”
'말도 안 돼! 아빠가? 그걸 어떻게?.'
수련은 차가 들썩일 만큼 튀어올라 이형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등잔만 해진 눈처럼 입을 벌리고 잠시 정지해 있다.
수련이 이토록 발작하듯 놀라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뱀 문신은 수련이 꿈에서 본 게 아니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수련의 조각난 기억 그 한 피스에 정확하게 박혀있다.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기억.
“저희 아버지가요? 그럴 리가.. 그럼 제가 몰랐을 리가..”
이들의 대화는 각자 서로의 의미를 갖고 겉돌고 있다.
“수련 씨는 당연히 모르죠. 강력계 형사들 집에 가면 절대 범죄자들 얘기 안 꺼냅니다. 가족들 걱정시키게 뭐 하러 그런 얘길 해요.”
현우는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레 웃으며 이야기를 넘기려 했지만 그 말은 수련에겐 비수가 되어 꽂혔다.
어린 딸을 수면제까지 먹여가며 흉악범을 잡는데 이용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죽은 문일을 향한 모든 사람들은 지금 이 형사보다 더 크게 비웃고 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불길처럼 번져가는 괴로움을 애써 가라앉히며 수련이 냉정하고 차분하게 다시 물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뱀 문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셨던 거예요? 형사님은 알고 계신 거 좀 있어요?.”
현우가 한숨을 푹 쉬면서 수련을 걱정스레 바라본다.
“수련 씨가 이럴 때마다 저는 애간장이 탑니다. 꼭 예전 팀장님을 보는 거 같거든요. 팀장님이 수사 능력은 탁월하셨지만, 그 묘하게 본인만 알고 있는 위험한 무언가를 갖고 계시는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사건 해결하기 전에 뜬금없는 지시나 질문을 하신다든지. 그런데 꼭 그게 귀신같이 사건이랑 맞아떨어졌죠.”
'그거야 당연하지, 사건은 내 무의식이 억울하게 죽은 영혼을 따라다니다 해결된 거니까!.'
“아이 그래서 안다고요 모른다고요?.”
수련은 답답한 마음에 짜증 섞인 투로 채근한다.
“그것만큼은 알아도 모릅니다. 그놈의 손목에 문신이 있는지 거기까지는 알아봐 드릴 수 있어요.”
수련에게는 늘 말랑했던 현우가 이번만큼은 단호했다.
‘그날 그 밤, 팀장님도 뱀 문신을 찾아 혼자 나가셨지. 수련 씨까지 위험해지게 둘 순 없어.’
수련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그리고 갑자기 발밑에 구겨졌던 종이를 다시 주어 펼쳤다.
‘노트북에 저장된 사진들?.’
“아까 형사님 노트북에 피해자 사진이 있다고 하셨죠, 혹시 이 피해자 사진들 구해다 줄 수 있어요?.”
현우가 자지러지게 놀라 되물었다.
“네? 피해자 사진을요? 그걸 봐서 뭐 하시게요? 그 끔찍한걸!.”
‘분명 꿈속에서 항상 팡! 하는 소리와 함께 밝은 빛이 터졌어! 두 눈이 타들어 갈 듯 번쩍이는 밝은 빛.’
“제가 지금부터 추측을 하나 할 건데 맞으면 꼭 갖다 주세요. 약속하실 수 있어요?.”
현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피해자가 찍힌 사진 배경이 다 다르지 않아요? 산이라든지 바다라든지 적어도 스튜디오라든지.”
‘팡! 하는 소리, 와 함께 눈이 멀 것처럼 터지는 밝은 빛, 게다가 벨벳의자. 마치.. 그 뒤엔.’
현우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수련을 멍하니 바라보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뭐예요? 어떻게 가장 극비 사항인 걸 나보다 상세히 알고 있는 거예요? 나는 수련 씨 때문에 구린 짓까지 해가며 캐온 정보지만 그걸 수련 씨가 어떻게 알고 있냐고요? 그 미친 변태 새끼는 무슨 합성을 했는지 피해자 뒤에 배경을 해변이나 휴양지나 놀이동산 아니면 공주님처럼 입혀놓고 궁전을 배경으로 해놓은 것도 있다던데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현우의 턱이 배꼽까지 내려올 지경이었다.
마치 작은 사이비 종교의 교주를 마주한 신도인듯 수련을 향해 무한한 감탄의 눈빛을 흘린다.
그러나 수련은 괴로운 표정으로 말없이 천장을 바라보다 양 손바닥으로 자기 얼굴을 아프도록 쓸어내렸다.
그리고 가슴깊이 아려오는 한마디를 뱉었다.
“크로마키…!.”
갑작스러운 수련의 감정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이 형사. 역시나 알 수 없는 한 마디를 그대로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크로마키...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