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화요일
12월 9일 화요일 - 건희의 50일, 항암을 시작하다.
새벽에 적혈구 오후에 혈장 그 이후 혈소판 수혈, 이것만 봐도 우리 건희 피는 전반적으로 최악인가보다. 의사 말로는 80프로가 암이란다.
오늘은 심장 초음파와 복부초음파가 예약되어있다. 왜 둘로 나눠하냐고 물었더니 담당검사실이 다르단다. 따라서 진정제도 2번 투약하게 된다. 내내 자는 애가 안쓰럽다고 했더니 간호사들도 동감은 해주었지만 그렇다고 예약이 달라지진 않았다. 그나마 의심하고 있던 고관절 탈구 검사를 위해 골반촬영을 복부초음파와 함께 한다고 해서 참았다.
경구용 진정제가 매운맛이라 그런지 건희가 무척 힘들어했다. 다행히 검사 결과 심장은 괜찮았다. 다만 항암치료하면서 나빠질 수 있다고 했다. 약기운으로 잠에 빠진 애를 굳이 깨워 다시 안정제를 먹였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하고 화가 났다. 이 모든 것이 못난 애미 탓 같아 나에게 화가 났다. 오후 복부초음파에서는 장에 소화 안 된 모유가 있어 잘 안 보인다고 간도 붓고 비장도 부었단다. 무사한건 뭘까. 고관절 탈구도 거의 가능성이 있어 보호 장구 사용해야 할 거라고 했다.
담당 전문의가 오셔서 친정하게 설명해주셨다. 3살넘어 급성림프성백혈병은 항암치료만으로 85프로 완치되는 병이라고. 하지만 건희는 심지어 2달이 안 되는 고위험군이라 이식(조혈모세포)을 권유 받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치료도 더 셀 거라고. 여러 가지 후유증 얘기하면서 워낙 확률이 없다길래(후유증이 남을 확율)
"제 아이 병자체도 확률이 워낙 낮지 않나요"
했더니
“그렇죠... 만 1세 이전 아이는 일년에 전국에 열명이나 될까요!?”
하신다.
나도 못해본 전국단위 순위권을 건희가 해낸 건가. 하는 김에 ‘최단시간 완치 최장기간 무탈’도 해줫으면.
암이란게 다 그렇지만 재발엔 방법이 없단다. 그리고 그나마 건강한 심장은 항암치료하면서 안 좋아질 수도 있고,
“그럼 뇌만 남은건가요?”
했더니, 이미 뇌에도 암세포가 포함된 혈액이 돌고 있을거란다. 그나마 그로인해 장애가 오는 건 아니라니,
설명을 들으면서도 천국 지옥을 오간다.
오후 4시 척수 뽑아 검사하고 척수에 첫 항암치료제 투입을 했다. 1시간 못 움직이게 하고. 5시 반쯤 혈관 항암제도 투약됐다. 6시쯤 스테로이드 경구용 항암제(PD) 먹이고, 항암 주사제는 피부에 직접 닿으면 화상 같은 상처를 입을 수 있어서 지금 있는 허벅지쪽 C라인이 아닌 가슴 쪽으로 혈관을 연결할거라고 한다.
저녁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큰 애를 데리고 오셨다. 내가 큰 애를 보러 간 사이 시어머니가 건희를 봐주셨다. 길어야 1시간 밥만 먹고 준희를 엘리베이터 태워 내려 보내는데 녀석이 시아버지와 삼촌 다리 사이에서 몸을 베베 꼰다.
“엄마는 왜 안가. 같이 가.”
“엄마는 동생 아야해서 여기 있어야해. 건희 얼른 나아서 준희한테 갈게.”
금방 울며 떼쓸까봐 그 모습에 또 눈물이 날까봐 안녕 하고 돌아섰다.
엘리베이터 문 닫히는 소리가 나고 나오는 눈물을 얼른 닦고 다시 한번 큰 숨을 들이마셨다. 준희 엄마는 슬프지만 건희 엄마는 울고 있을 수 없어서. 강해져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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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제나 수면유도제 종류가 생각보다 많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성이 생기기도 하고 컨디션에 따라 더 많은 양을 투약하기도 한다. 건희가 지냈던 병원에서는 골수나 척수검사는 주사제로 심장초음파나 CT같은 검사는 포크랄이라는 경구용 진정제를 사용했다. 경구용 진정제가 잘 안 듣는 경우엔 주사제를 추가로 사용하기도 했다. 아이 엄마들은 검사 있기 3~4시간 전부터 일부러 아이를 재우지 않는 식으로 진정제가 잘 듣도록 했다.
심장초음파는 항암제의 ‘심독성’ 때문에 항암 전, 이식 전, 치료 후 등 실시 되고, 복부 초음파는 발병하면서 장기에 어떤 문제가 없는지 보기 위해 검사한다.(심장초음파는 연 2회 의료보험 적용이 된다.2015년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