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때
오늘 소개하는 기술명 '파닥파닥'은 나름 저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파닥파닥'이 효과적인 과학적인 이유도 있었고, 많은 분들이 이미 쓰고 있는 방법이기도 했지만, 제가 처음 이걸 발견했을 땐 엄청난 도구를 찾은 것 같아서 정말 든든했어요.
과학적 이유를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지겠죠. 간단히 말하자면 제가 쓰는 방법들은 대부분 도파민에 관련되어 있고, 뇌에 사기를 치는 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럼 '파닥파닥'을 언제 쓰느냐... 바로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날 수 없을 때'입니다. 더 정확히는 '누워 있을 때' 써요. 일어나서 뭔가 해야 하는데도 하염없이 미룬 채 무기력하게 누워 있던 적이 있을 거예요. 누구나요. 그렇지만 이 정도가 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많은 생산성 관련 이야기가 '침대에서 일어나기'로 시작되지만, 기분 장애가 있거나 ADHD가 있으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과업이 됩니다. 카운트다운을 하듯이 5, 4, 3, 2, 1을 세고 벌떡 일어나라든가,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일어나야 한다는 팁들을 봤습니다. 해봤습니다. 이상하게 저는 안 됩니다.
그때 파닥파닥을 씁니다. 간단합니다. 제일 먼저 할 일은 '일어나야 된다'는 생각을 멈추는 겁니다. 이상한 일이지만,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질 거예요. 그리고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할수록 더 일어나기 힘들어집니다. '이거랑 이거랑 이거 해야 돼'라고 일의 순서를 떠올려도 일어나기 힘들어지고, '일을 쪼개면 하기 쉽다고 했으니까 쪼개야지'라고 머릿속에서 쪼개도 그렇게 되어 버립니다.(일을 쪼갤 때는 핸드폰, 노트 등을 이용해서 손으로 쪼갭시다!)
그러니까 일단 일어나야 한다는 마음을 버려요. 뇌 바깥으로 버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그 다음에는 일어나는 대신, 먼저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까닥여 봅니다. 지금 마음속 투두리스트에 오로지 '손발 까닥이기'만 넣어두는 거예요. '이것도 결국 일어나려고 하는 짓이잖아...'라고 생각하면서 다음 할 일들을 생각하면 일어날 수 없게 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 까닥이기만 생각해 주세요.
조금 까닥이다 보면 손과 발도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손과 발을 움직이다 보면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파닥여 보세요. 허우적 거려도 좋고요. 꿈틀거려도 좋아요. 이 모습이 이상해 보이는 게 싫다면 음악을 틀어보세요. 그럼 리듬 타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도파민이 분비된다고도 해요. 그렇게 몇 초에서 몇 분쯤 파닥거리다 보면 일어날 수 있게 됩니다. 파닥파닥이 제일 효과를 발휘하는 때는 '뭔가 하려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일어날 수가 없어서 기분이 안 좋을 때'입니다. 단, 애초에 누워 있을 작정이었다면 그냥 누워 있게 돼요. 그럴 땐 누워 있어야죠. 그리고 몸이, 혹은 마음이 좋지 않아서 손끝도 움직이기 힘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는 게 더 중요할 거예요.
의외로(?) 우리는 게을러서 누워 있는 게 아닙니다. 망할 작정으로 누워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라 일어나지 못하는 것일 수 있어요. 한번 일어나는 데 성공하면 관성이 붙게 됩니다. 다음 행동도 무언가 움직이는 것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요. 다시 눕는다면, 다시 파닥거리면 됩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