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인'이 되고 싶었던 날들을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신과도, 심리상담도 다녀 왔지만 ADHD 약물 치료를 시작하고서부터는 정말 정상인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습니다.
세상과 자꾸 어긋난다는 감각을 평생 느끼며 살았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에게 '특이한 애'로 분류되는 것이 지긋지긋해서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찌그러졌다면 찌그러진 대로 살아 보기로요.
여기 적은 구구절절한 팁들은 소위 '갓생'을 살기 위한 노력하고는 결이 좀 다릅니다. 이것들은 사실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으려는 분투에 가까워요.
제게는 ADHD 외에도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제가 내보이는 문제행동은 하나지만, 그 뒤에 얽힌 원인들은 여러 가지죠. 그 결과, 스스로가 너무 지겹고 끔찍해서 견딜 수 없는 때가 있습니다. 타인이라면 싸우든가 절교라도 할 텐데 그럴 수 없다는 게 비극이죠!
다만 지금은 스스로를 조금 너그럽게 보게 되었어요. 이제는 저를 견딜 만해요.
물론 여전히 실수를 많이 하고, 잘 까먹고, 일을 미루고, 물건을 잃어버리고, 말실수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약물 치료와 함께 이런저런 노력을 하면, 이제 '변화'라는 보상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할 수 있다는 작은 자신감이 생긴 덕분에 지금의 제가 덜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살면서 자신감을 처음 가져봐서 매우 신기합니다. 소중히 다루고 있는 중이에요.
여전히 좀 찌그러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만하면 괜찮은 것 같아요.
왜냐면 저의 ADHD를 다룰 방법들을 찾았고, 또 더 찾아낼 거니까요.
'이만하면 괜찮다'. 이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제가 얻은 최고의 성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