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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Apr 02. 2023

일을 미룰 때 바로 써먹는 치트키 (2)

할 일과 10초 눈싸움




오늘 소개드릴 치트키... 아니, 꼼수는 매우 간단한 방법입니다. 미루고 있는 일을 10초 동안 쳐다보는 거예요. 할 일과 눈싸움 하기. 이게 다입니다. 그 일을 시작할 필요도 없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어요. 10초 동안 쳐다보는 것만을 목표로 합니다.


예를 들어 기획서를 써야 한다면 기획안 파일 아이콘을 10초 동안 쳐다보든가, 좀 더 용기가 있다면 파일을 열어놓고 그 백지를 10초 동안 쳐다봅니다. 설거지를 해야 한다면 씽크대의 설거지 더미를 빤히 쳐다봅니다. 10초 동안 눈을 떼지 않고 쳐다볼 수 있다면 우리의 승리(?)입니다.


그렇지만, 아마 못 하는 분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 행동은 비록 쳐다보는 것뿐이지만, 지금껏 미루고 피하던 일을 '직면'해야 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 즉시 반사적으로 SNS를 켜거나 딴짓으로 손이 옮겨가게 될 겁니다. 이 방법은 바로 그런 상황에서 사용합니다.


아주 단순한 방법인데도 이 방법이 제게 효과적이었던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1. 불안을 직면한다


우리는 왜 일을 피하고 미룰까요? 사람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많은 이유를 하나로 묶어 말하자면 기분이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럽고, 불안하고, 귀찮고, 무섭고, 자신이 없어지는 등등, 기분이 안 좋아지는 거예요. 이 나쁜 기분을 이기고 "그래도 해야지"라며 일을 잡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슬프게도 저의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아요. 나쁜 기분을 느끼는 것 자체가 너무 무서워서 도망쳐버립니다. 맹수를 앞에 둔 사람이 도망치듯이요. 실제로 편도체는 이 상황을 그렇게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죠. 


저는 미루기에 불안이 많이 개입하는 편인데요. 할 일을 떠올리면 불안해지고, 그 일이 무섭고, 막막합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돼요. 그래서 똑바로 마주하지 못하고 딴짓으로 회피해 버려요. 하지만 그 일을 하지 않으면? 그 일은 그대로죠? 그 일이 그대로면? 불안도 그대로죠? 그런데 시간은 흐르죠? 그래서, 결국은 놀고는 있으나 더욱 불안해지는 상태가 됩니다.(미루기에 대해 유쾌한 통찰을 보여주었던 팀 어번은 이렇게 놀고 있는 상태를 'Dark Playground'라고 표현합니다ㅋㅋㅋ)


'10초 쳐다보기'는 이 불안을 똑바로 직시하는 행동입니다. 쳐다보지도 못했던 두려움을 마주하는 거예요. 그리고 미루기를 다룰 때 미치고 팔짝 뛸 정도로 어려운 부분이 바로 불안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조금이라도 일을 시작하는 것이 모든 단계에서 가장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에 적는 방법들은 전부 '시작'에 초첨이 맞춰져 있습니다.  '10초 쳐다보기'는 이 미치고 팔짝 뛰도록 어렵고 힘든 '직면'을 컴팩트하게 다듬은 것입니다. 그동안 별별 방법을 다 써보다가 이렇게 정리되었답니다. 딱 10초만 쳐다볼 수 있다면, 우리는 이 할 일이 생각보다 그렇게 무섭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10초만 쳐다봐요.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또 어떻게 될지 곰곰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쳐다보세요. 10초를 채우는 것만을 목표로 삼아 보세요. 이거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2.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다


어떤 일을 미루고 있는 저를 밖에서 한번 보겠습니다. 밖에서 보기엔 탱자탱자 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은 누구보다도 바쁘고 진지합니다. 그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뭐가 필요한지, 이 일이 망하면 어떻게 될지 등등...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일에 대해 많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미루게 됩니다. 미루기를 끊을 때 필요한 건 언제나, 예외없이, 생각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도 미루기러로 사는 몇십년 동안 다 알고 있었습니다! 할 수 없었을 뿐이죠! 아무튼, 비교적 정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일을 쳐다보는 건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에요. 움직임이 시작된 거죠. 움직이는 데 성공만 한다면 다음 단계는 더 쉬워집니다. 계단이 점차 낮아져요. 높디 높은 첫 계단을 '쳐다보기' 정도로 오를 수 있다면 꽤 괜찮지 않나요?








★ 심화편


불안이 높은 분이라면 '10초 눈싸움'에 옵션을 하나 달 수 있습니다. 미루고 있을 때 자신이 느끼는 고통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거예요. 이 방법은 불안장애를 다룰 때 많이 사용하는데요. 심리상담에서 배운 뒤 제가 아무렇게나 어레인지해서 여기저기 갖다 붙이며 썼습니다. '10초 눈싸움'을 하기 전후로, 현재 느끼는 불안에 점수를 매겨보시길 추천합니다.



어떤 일을 미루고 있을 때

· 지금 느껴지는 불안과 힘겨움과 고통에 점수를 매겨주세요.(10점 만점)  


미루던 일을 10초 동안 쳐다보는 데 성공했을 때

· 지금 느껴지는 불안과 힘겨움과 고통에 점수를 매겨주세요.(10점 만점) 



똑같은 질문을 '10초 눈싸움'를 하기 전과 후에 하는 거예요. 막상 일을 시작하면 불안이 낮아진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지식을 알고만 있는 것과, 실제로 확인하는 것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 질문은 매번 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끔 생각날 때 한번씩 해 보세요. 하지만 꼭 어딘가에 적거나 메모를 해서 기록으로 남기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래야 정말로 '확인'이 됩니다. 그리고 이건 미래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합니다. 아마 얼마 후에 우리는 일을 또(!) 미룰 텐데요. 그 미래의 자신이 과거의 이 기록을 보면 눈물나게 고마워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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