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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Mar 13. 2023

어느 ADHD인의 계획 세우기 4단계(끝)

드디어 오늘의 계획을 만들어요




혹시 눈치채셨어요? 브레인 덤프 문서에 있던 일들을 장기 계획과 한 달 계획으로 옮기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동으로 일에 우선순위가 매겨졌다는 걸요. 이상한 소리나 허황된 계획, 쓸데없는 공상은 플래너로 옮기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날짜를 보면서 차근차근 할 일 목록을 만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긴급한 일을 먼저 챙기게 됩니다.

하지만 브레인 덤프 문서에는 아이디어나 생각 같은 것도 적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중에 실현이 가능하거나, 꼭 해보고 싶은 일은 장기 목표 또는 한 달 목표로 옮기면 됩니다.


이제 하루 계획을 만듭니다. 사실 하루 계획은 주로 브레인 덤프 문서에서 많이 다운받게 돼요. 저는 회사에 다니고, 회사 일이란 대체로 오늘 내일 하는 일들이니까요. 브레인 덤프 문서와 하루 계획의 연계는 '소식지 시안 만들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1. 브레인 덤프 문서에서 할 일을 다운로드합니다.


브레인 덤프 문서에 '소식지 시안 만들기'가 적혀 있습니다. 옆에 적어 놓은 날짜를 보니 다음주까지 해야 하는 일이네요? 오늘 계획에 당장 포함시켜서 뭐라도 해야 마감을 맞출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자체로는 일이 너무 커 보이고, 뭐부터 해야 할지도 감이 안 잡힙니다. 이걸 하루 계획에 그대로 옮겨적었다간 다른 소소한 일이나 하다가 퇴근하게 될 거예요. 그래서 브레인 덤프 문서에서도 이 일을 몇 개로 쪼개 두기는 했습니다.



소식지 디자인 시안 만들기

· 자료 조사/정리

· 원고 정리

· 디자인



그렇지만 여전히 커다랗습니다. 오늘 해야 하는 다른 일들도 있고요. 그래서 '자료 조사'를 더 구체화시키고, 오늘 할 수 있을 만큼의 사이즈로 자릅니다. 저는 '다른 단체의 소식지 스타일 5가지 확인하기'로 적었습니다. 이 작업만 몇 번 반복해도 하루 일정은 거의 다 꽉 차게 됩니다.




2. 한 달 계획을 또 쪼개서 적습니다.


한 달 계획은 이미 장기 계획을 잘라놓은 결과물이죠. 한 달 계획을 보다 보면 오늘 날짜가 적힌 일이 있을 거예요. 그러면 그 일을 또 오늘 할 분량만큼 잘라서 가져옵니다. 만약 오늘 날짜로 지정되어 있는데 도저히 할 시간이 안 난다면, 한 달 계획에 적었던 날짜를 다른 날로 수정합니다. 한 달 계획에 '영어 책 한 챕터 떼기'가 적혀 있다면 오늘은 '영어 책 1단원 공부하기'로 잘라서 가져와야겠네요.




3. 어제 일지를 보고 못한 일을 옮겨옵니다.


모든 업무가 그렇듯 하루에 쨘 하고 끝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일지에 계획을 세울 때는 오늘 이 일들을 다 하겠다고 마음먹지만, 사는 게 뭐 맘대로 되나요. 할 일 목록에서는 언제나 남는 일들이 생깁니다. 그래서 어제 일지는 꼭 다시 읽어야 합니다. 할 필요가 없어진 일들에는 취소선을 그어주고, 해야 하는 일들은 오늘 일지로 옮겨오고, 누군가에게 맡겨야 할 일들도 따로 표시합니다.저는 주로 할 일 옆에 화살표를 그리고 부탁할 사람의 이름을 적어요.


 


4. 시간표를 그립니다.


현재 쓰고 있는 일지의 디자인이에요. 왼쪽에는 할 일을 쓰고, 오른쪽에는 시간표를 그립니다.



할 일들이 모두 적혔다면, 이제 대망의 시간표를 그릴 차례입니다. 브레인 덤프 문서와 장기 계획, 한 달 계획에 이르기까지 끈질기게 날짜를 적었던 걸 기억하시죠. 날짜를 더 쪼개면 뭐가 되나요? 시간이 됩니다. 할 일들을 던져넣어서 시간표를 그려요. 몇 달 - 한 달 - 하루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할 일에 시간이 지정되는 거죠. 저는 시간까지 지정해야... 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간표를 그려도 잘 지켜지지는 않아요. 아침에 짠 시간표가 그대로 지켜지는 꼴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표 칸을 세 개 넣은 양식을 씁니다. 시간표 하나가 망하면 옆에다가 새 시간표를 그리고, 그것도 망하면 한번 더 그립니다. 또는 아침에 짠 시간표 옆에다가 실제 무엇을 했는지 그리기도 해요. 이건 그날그날 필요에 따라 방식을 바꿉니다.








우와아! 계획에 대한 글을 다 썼습니다! 4단계로 나눠서 설명하려니 엄청나게 길어졌지만, 제가 아침에 계획을 점검하고 일지를 쓰는 데는 약 20분 정도가 걸립니다. 브레인 덤프는 이미 있으니까 수시로 보면 되고, 장기 계획과 한 달 계획은 결국에는 일지를 쓰기 위한, 즉 오늘 할 일을 설정하기 위한 기록이었죠. 이 플래너 시스템의 흐름을 그려보면 아래와 같아요.


모든 건 일일 계획을 쓰기 위한 빌드업이었다



계획은 아침에 20분 동안 만들지만, 플래너의 일지와 브레인 덤프 문서는 하루종일 수시로 봅니다. 일지는 주로 어떤 일을 마쳤을 때 다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일을 하나 끝내면 당장 SNS나 하면서 놀고 싶잖아요. 그렇게 놀러 갔다가 영원히 못 돌아오는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에, 샛길로 빠지기 전에 다시 이정표를 보는 느낌이에요. 아, 당연히 휴식 시간은 좀 갖고요. 고속도로에서도 휴게소는 들르잖아요.


날짜와 시간을 적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어요. 할 일이 조금씩 쪼개진 것처럼, 그 일을 실행할 시간도 연-월-일-시간으로 점점 작게 나누어졌죠. 할 일에도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면 상해버려요. 그냥 내가 못한 일이 되어서 과거로 넘어가버리죠. 그건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상하기 전에 요리하도록 해요. 결국 못한 것들은 좀 씁쓸하더라도 놓아 주고요!

  








✅ 하루 동안 일지를 운용하는 팁


➕ 하루 중 갑작스럽게 새로운 일이 생겼다면?

갑자기 옆 부서 분이 와서 '이 자료 좀 찾아줘'라고 부탁한다든지, 전화가 걸려와서 '견적서 주세요' 할 때가 있어요. 이런 일들은 브레인 덤프에 적어도 되고, 오늘 바로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일지에 적습니다. 안 적는다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브레인 덤프에 적든, 일지에 적든, 굴러다니는 이면지에 적든, 어쨌든 적는 겁니다.


➕ 누군가에게 일을 부탁할 시간까지 계획해요

머릿속에서만 생각하다 보면 까먹게 돼요. 원활한 협업을 위해서는 일을 제때에 부탁하기도 해야 해요...(저는 이게 참 어렵지만요) 그래서 일지를 쓸 때는 '점심 먹고 나서 ㅇㅇ님에게 ㅇㅇ 부탁하기'까지 세세하게 적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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