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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린 Sep 20. 2023

나를 응원한다

배우기를 좋아한다. 마흔이 넘은 요즘도. 도서관에  가면 가슴이 뛴다. 소설책보다는 실용서들에 좀 더 관심이 간다. 이렇게 재밌는 책들이 많은데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두근 두근 설렌다.


도서관엔 나이 든 할아버지들이 많이 계셨다. 어학 관련 책을 들고 공책에 필기를 하시는 어르신들도 계셨다. 저분들은 무엇을 배우려고 도서관에 오시는 걸까? 배우는 그 자체에 기쁨을 느끼시는 걸까.


할아버지들과 내가 닮아 보인다. 왜 나는 배우기를 좋아할까. 나에게 다가올 기회가 있을까. 아무 성취 없이 그저 배우기만 해도 괜찮은 걸까.


요즘은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 다음 달 일본여행을 가는데 히라가나나 가타카나 정도는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나는 많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익힌다. 배움의 즐거움과 함께 이렇게 시간을 쓸데없는데 써도 되나 하는 조급함도 든다.


일본어는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배웠다. 대학가서도 일문과 수업을 교양수업 대신 들었다. 회사 다닐 적엔 강남에 있는 어학원 토요반에 등록하여 일어를 배웠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지만 나는 지금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도 헷갈린다.


영어라고 다를까.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였다. 당시 유행하던 윤선생 영어교실 학습지를 하며 파닉스를 익혔더랬다. 중고등학교 때 열심히 영어를 배웠다. 대학가서는 캐나다로 8개월 정도 어학연수도 갔다. 난 영어에 많은 시간과 돈을 썼다. 그래도 지금 난 영어를 잘 못한다.


성실하고 욕심도 있지만 아웃풋이 많이 부족하다. 이런 나이기에 배움의 기쁨만으로 공부를 해도 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요즘은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다. 구독하는 블로거 슈앤슈가 추천하는 ELS상품에 가입을 했다. 그녀가 쓴 책  ‘전업맘, 재테크로 매 년 3000만 원 벌다’ 도 읽었다. 도통 ELS가 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낙인(knock-In)은 뭔가. 도서관에서 관련 책을 한 권 더 빌렸다.


같은 전업맘이라 멘토 또는 롤모델로 삼은 그녀와 나는 너무 천지 차이다. 그녀는 육아와 재테크를 능수능란하게 한다.  동시에 블로그에 글도 자주 쓰고 책도 내고 강연도 한다. 나의 하루는 짧고 하는 일 없이 피곤하고 바쁘다.


뭔가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나의 장점은 무엇인가 고민해 본다. 나는 키가 크고 날씬하다. 배우는데 적극적이며 관심이 많다. 잘 웃는다. 쥐어짜야 하나씩 나오는 장점은 진짜 장점인지 의구심이 든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배우고 익혀서 그 분야의 능력자가 되고 돈도 많이 벌면 좋겠다. 배우기만 즐겨하는 요즘의 나는 처량맞고 한심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만 해도 괜찮은 걸까. 나는 그 무엇인가 되지 않아도 엄마이기만 해도 자랑스러운 엄마일 수 있는가.


그냥 즐겁고 행복하게 현실에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그거면 된 걸까.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성장을 응원하며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삶일까.


당장 관심 있는 것들에 몰입을 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는 내가 안타깝다. 그냥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다 배울 수 있는 삶 자체를 누렸으면. 지금 아주 잘살고 있다고. 훌륭하다고 스스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잘했던 일은 빠르게 잊고 부족한 부분은 계속 되뇌는 일은 그만 두길.


나는 나를 응원한다. 이제와 그 무엇인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못다 이룬 꿈과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남더라도 하루하루에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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