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걸어오던 검은 고양이. 많이 마르고 지쳐 보였다. 걷는 게 힘들 만큼.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고 차들도 많지만 그걸 신경 쓸 여력조차 없는 것처럼 고양이는 혼신의 힘을 다해 걷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차 아래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지도 않고 가려던 길 쪽을 바라보았다. 밥은 먹었을까? 어디가 아픈 걸까? 그 아이가 궁금했다.
잠시 후 다시 걸을 기력이 생겼는지 천천히 걷는 고양이. 딸아이와 나는 그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다. 극도로 지친, 생후 6~8개월 정도 되어 보이는 작고 마른 고양이의 고단한 여정을 바라보았다. 그 아이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몰라도 조금 걷다 쉬다를 반복했다.
그 고양이를 보는 마음이 딸과 통했나 보다. 우리는 고양이를 안쓰럽게 한참을 쳐다보았고, 고양이는 느릿느릿 시야에서 사라졌다.
맛있는 걸 많이 먹고 곧 회복하게 됐으면 좋겠다. 녹록지 않은 길고양이의 삶이지만 그 삶에 희로애락을 건강하게 다 느끼며 살다 갔으면 하는 그런 간절한 마음이 생겼다.
딸아이는 그 고양이를 위해 기도를 했다고 한다.
"고양이가 맛있는 거 많이 먹을 수 있게 해 주세요. 건강하게 살게 해 주세요. 새끼도 낳고 행복하게 살게 해 주세요."라고
아이의 순수하고 진실된 기도처럼 그 고양이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내 삶의 고단함과 지침이 그 고양이에겐 사치처럼 보일 수도 있을 테다. 가족들과 살아갈 집이 있고 끼니를 걱정 안 해도 되고, 일상을 안전하게 살아가는 내가 삶의 고단함을 논할 자격이 있을까? 고양이가 오래도록 눈앞에 아른 거렸다. 잘 살아라. 부디 잘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