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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ileen Aug 16. 2018

결정적 장면, 내 인생을 바꿀 20초

하루 한 시간 글쓰기. 내 인생에 가장 결정적 장면

정말 미쳤다고 생각하고 20초만 용기내봐
상상도 못 할 일이 펼쳐질 거야, 날 믿어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중에서

 

9년 남짓 뿌리내린 터전을 떠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떠나는 데 필요한 것은 오롯이 내 결심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9년 만에 우물 밖으로 나왔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건 어쩜 오래전일지도 모른다.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이유는 단 한 가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야?' 그 명확한 이유를 입 밖으로 내는 일은 너무 어려웠다. 반대로 변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는 일은 너무 쉬웠다. 어떤 멋진 이유도, 그럴싸한 조건도 내 손에 쥐어지기 전까진 내 것이 아니란 사실은 내 발을 붙들어 매기 딱 좋은 핑계였다.

 

    보기좋게 박차고 나왔는데 안되면?

    해봤는데 상상했던 일이 아니면?

 

그런 걱정들은 점점 또아리를 틀어 나를 이 자리에 단단히 뿌리내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명백히 난제에 부딪힌 상황이었고, 그것은 어느 순간부터 반복되고 있었다. 내가 외면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거나와, 내가 정성을 부은 일들도 언제 결실을 맺을지 모르는 채로 회사 유지를 위해 계획에도 없던 일들을 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할 준비가 되지 않았던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교활하게 나를 포장해야 했다.

 

  돈 벌려고 시작한 일도 아닌데 뭐,

  나는 하고 싶은 일 하려고 배우는 중이야

  여기만큼 날 필요로 하는 곳도 없을 거야

  시간이 생긴만큼 내가 하려는 일에

  집중해보려 해

 

대부분의 말은 사실이었다. 돈을 벌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영화 일을 배우고자 시작했었고, 9년이란 시간 동안 일에도 사람에도 적응되어 편하게 일하고 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편함에 젖어, 익숙함에 빠져 반복되는 일상만큼이나 나는 차츰차츰 지루한 사람이 되어갔다. 맨날 같은 자리에 앉아서 맨날 같은 생각을 하고, 그것이 당연해져 버린 삶. ㄱ다음엔 당연히 ㄴ이, a다음엔 당연히 b, 1 다음엔 당연히 2 오는 것이 당연한 .  머릿속에서  이상 '새롭고, 신선하고, 혁명적인 무언가' 대한  자리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 내가    있을까 두려워졌다. 그제야 비로소 '지금 이대로 괜찮지 않음'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까지고 ' 수도 있는 ' 위해 나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자각했다.

순간, 모든 것을 멈추고 잠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게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야?

 

용기를  실망스러운  자신을 온전히 들여다봤다. 그리고 내가  위해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9  쌓아온 의구심이지만, 직시하고 인정하는 데는 20초도 걸리지 않았다.

내가 여기서   있는 일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적어보니,   이상 회사에 속해있을 이유가 없었다.

막연히 두렵고, 이게  쉬운  같다는 이유로 타협하며 나는  꿈을 스스로 하찮게 대하고 있었다.

선택지는 이미 하나로 좁혀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제대로  용기만 내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9 만에 드디어 회사를 나와 오롯이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요즘 나는  글슢을 쓰는 시간에 하루  시간이라도 투자하기 시작했다. 20초의 용기는  마음을 출발선 위에 다시 올려다 놨다. 소속된 곳도, 안전한 삶도, 보장된 미래도 없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전보다 불안하지도 게으르지도 않을뿐더러  자신이   투명하게 보이는 느낌이다.

 

 선택이 정답인지, 좋은 선택인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다시 출발선에 오른 나는 지금 비로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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