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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상인 May 22. 2024

'일단 시작해'의 함정

생각과 감정으로 소모하는 에너지

목표한 일이 있으면서도 그 외적인 일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나는 자주 "일단 할 일부터 하자."라는 말을 많이 했다. 예를 들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아직 합격도 하지 않았는데, "이 일이 나하고 맞을까?", "나는 성격이 외향적이지 못해서 영업은 안 될 건데..." 등 다양한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런 고민할 시간에 "일단 공부를 하자"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아마 이러한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의 고민에 대해 나처럼 답을 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지금에 초점을 맞추라는 의미일 것이다. 미래에 있을 일을 두고 고민해 봐야 답이 나오지 않으니까 공부하는 게 낫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그런데 최근엔 이런 관점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 위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은 공부를 하면서도 분명히 머릿속으로 위의 고민들을 하게 만든 요인들과 계속 씨름을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악순환은 공부도 집중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휴식을 취한 것도 아니며 고민에 대한 답을 얻은 것도 아닌,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제대로 한 게 없는데 피곤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낸 시간들로 조바심이 생기거나 불안해지면, 더욱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어지고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어지는 상황에 이른다. 


그런데 이는 비단 수험생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 골프 선수들을 가르친 심리학자 '글로리아 스피탈니 박사'는, 골프 선수들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도서. "맥스웰 몰츠 성공의 법칙"(맥스웰 몰츠 지음). 자아 이미지를 훈련에 활용하는 감독들) 


"내 계산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골프 선수들은 경기 시간 중 86퍼센트를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과 씨름하며 보낸다. 그들은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하고, 흥분이나 분노를 느끼면서 계속 집중하고자 노력하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한다."


프로 골프 선수조차도 경기 중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스윙이나 퍼팅이 아닌, 자신과의 감정이나 생각과 씨름하며 경기 시간 중 86퍼센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간이 돈으로 계산되는 프로 선수들이 멘탈 관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중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 또는 성적이 좋을 때나 나쁠 때 스스로를 잘 통제할 수 있는 멘탈이 중요합니다." - 김시경 FIFA 온라인 4 프로게이머https://magazine.hankyung.com/job-joy/article/202309121764d


'일단 행동해'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잠시 시간을 가졌다면 해결될 수 있는 고민들로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외부에 보이는 '행동'에 사로 잡혀 정작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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