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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상인 Jun 23. 2024

누구나 인생엔 지우고픈 오점이 있기 마련이다

책 <한국배우 100인의 독백>을 보다가

사람이라면 자신이 한 모든 일에 만족할 수 없고 어떤 순간은 지우고 싶기도 하다. 혼자만의 부끄러운 행동이었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이 아니라면 그래도 쓴웃음을 지으며 넘어갈 수 있는데, 그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이라면 지난 일이라고 해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어떤 때는 그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경험상 여러 각도로 생각해 봐도 마음이 불편한 뭔가가 있다면 그건 명백히 내가 잘못한 일이었다. 그래서 대학시절 어떤 날은 꿈으로 과거 대학 후배에게 잘못했던 행동을 알게 되어. 눈을 뜨자마자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던 적도 있었다. 


주말 오후 서울연극협회가 <배우 100인의 모노스토리 시즌1>에 참여한 배우들의 독백을 모아 만든 책 "한국배우 100인의 독백"을 보게 됐다. 

*모노스토리란, 독백의 의미인 모놀로그와 인생사(lifestory)를 엮어 만든 신조어이다.


누구나 알만한 배우도 있었고 처음 이름을 들어본 배우도 있었다. 그리고 그중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연극집단 [반] 소속 배우 정성호의 글이었다. 


배우 정성호는 독백으로 연극 <72시간>을 선택했다. 이유는 이 작품을 통해 배우란 직업에 달리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배우 정성호는 20대 후반의 나이에 이 작품을 만났지만, 당시엔 대사도 세련되지 않고 기승전결도 제대로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해 연습 중에 연출자에게 "제발 이런 허접쓰레기 같은 작품 써와서 배우들 고생 좀 시키지 마십시오. 명작들만 공연하다가 죽어도 시간이 모자란데"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다 그의 연극 인생이 완전히 끝나버리면서 5년 동안 해보지 않은 일이 없게 되었고, 그러다 당시 연출을 했던 감독님으로부터 초연 멤버였다는 이유로 이 작품을 해볼 의향이 있는지 연락을 받게 되었다고 했다.

이 작품을 만났을 20대 후반 그는 부모님이 사주신 차를 탔고, 용돈을 받아 편안히 연극을 하고 있었기에 탄광 광부들의 삶을 이해도 공감도 하지 못하면서 멋대로 철없이 이야기한 순간을 후회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험 덕분에 그는 배우란 직업을 그저 멋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공감하고 그들을 대변해야 하는 일로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배우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철없던 행동을 후회하는 때가 있다. 그리고 그 후 자신이 어떻게 그 일을 대하는지가 성장의 갈림길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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