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삶을 여러 각도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돈'이라는 기준을 제외하면 그 어떤 것도 무의미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버는 일을 하지 못하면 가치가 없다거나 극단적으로는 '인생이 망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나도 어느 몇 년 전에는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나 있든 관계없이 나의 인생은 망했다고 생각했고, 다음 날이 짜증 났다. 더 나쁘게는 그간 썼던 책들이 시간 낭비처럼 여겨져서 더 화가 나기도 했다. 감정조절이 전혀 되지 않았고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한 마디로 20대나 30대 초반에 성공하지 못하면 남은 인생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당히 오만한 생각이었고 인생 경험도 별로 없으면서 '인생은 이런 것이다'라고 단정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나는 열심히 했지만 그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 것이다라는 웃긴(?) 마음도 있었다.
지금은 어떤 한순간처럼 느껴지지만 당시엔 꽤나 이런 사고방식으로 당시 인생에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게 인생이라면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그러다 내 마음을 바꾸게 한 건 다음과 같은 의문이었다.
'내가 노력하면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만 하는 것인가?'
인생처럼 여러 요소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여행'에서는 그 요소만큼 여러 가치 판단이 작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내 마음처럼 되는 일은 많지 않은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를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런 일들이 너무 많았다. 어떤 일이 유망하다고 하지만 내가 그 일을 하기 시작할 무렵엔 시장이 사라져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일 없어졌다면, 지금까지 그 일을 위해 노력했다며 하소연할 것인가? 아니면 누구에게 보상해 달라고 할 것인가? 그저 인정하고 새로운 일을 찾을 수밖에 없다. 거기서 무너지면 누구도 나를 구원해주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점차 생각이 바뀌기 시작하니 그간 얼마나 편협한 관점에서 인생을 살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인생은 단답으로 평가할 수도 없으며, 누군가 몇 개의 질문으로 그 사람의 인생을 평가했다면 그 질문을 한 사람의 인생 판단기준일 뿐이지 그것이 본인의 삶을 재단하는 잣대가 되진 못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표현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어도 '경험'과 '공부'를 강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