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상인 Oct 08. 2024

이 정도면 충분히 노력한 거 아닌가?

대기업도 홍보하고 투자하는데 내가 뭐라고

얼마 전 운영하는 사무실로 업무가 잘 처리되어 고맙다며 커피를 가져다 주신 의뢰인이 있었다. 그 의뢰인은 우리 사무실 정보를 찾다가 내가 과거에 썼던 책들을 보았다며 집필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었다. 나는 지난해에 2권의 책을 출간했지만 올해는 없는 상태였기에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출간 계획으로 흘렀다. 하지만 나는 아이디어, 비용 등을 이유로 아직 출간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의뢰인은 출판과는 전혀 관련 없는 업무를 하는 분이라 그랬는지 책을 내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어쩌다 보니 생각보다 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책을 쓰더라도 대부분은 시장에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씁쓸한 이야기였으나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렇게 의뢰인과 의도하지 않게 흘러간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눈 후 혼자 앉아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더 홍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부끄럽게도 지난 9권의 책을 내면서 나는 단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못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이 정도 출간하면 나에 대해서나 혹은 내 책에 대한 평가는 자연히 존재할 것이고 수요도 따라와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내가 뭐라고 홍보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에 이른다고 생각한 것인지 근거가 없었다. 지금에서 추측해 보건대 그저 '나 정도면 책 좀 쓴 거 아니야?'라는 오만한 생각이 근거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유명 대기업에서도 제품이 나올 때마다 홍보하고 더 좋은 제품을 위해 투자하고 노력한다. 그런데 왜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것인지, 헛웃음이 낫다. 


솔직히 최근엔 글을 잘 쓰지도 않지만, 쓰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써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가 되기보다는,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것에 훨씬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의도하지 않게 흘러간 대화가 큰 깨달음을 가져다준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성장에는 질문이 중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