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를 찾아서, 뜬금없는 질문과 허를 찌르는 맥락없음
무엇보다 글은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는 주관적이다. 재미의 사전적 의미는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 '좋은 성과나 보람' 등이다. 영어로 fun, interest, excitement, enjoyment, pleasure인데, 영어 단어가 재미라는 단어에 대해 더 친절하게 설명하는 느낌이다.
"혹시 병 있으세요?"
얼마 전에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면 나도 맥락 없이 그저 말을 하면 될 터. 하지만 나는 무슨 병? 물병인가 콜라병, 사이다병? 갑자기 병이 왜 필요하지? 이어 한 손에 사이다를 다른 손에 삶은 달걀을 든 누군가의 환한 얼굴이 달리는 기차 풍경으로 떠오르는데. 몇 초 동안의 상상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보였을까, 질문했던 꼬맹이가 보충 설명한다.
"어디 아프신데 없냐고요."
나는 내심 놀랐다. 나는 안 아픈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는데.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는데. 그리고 아이가 말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꼬맹이는 할머니의 죽음을 병을 이별의 슬픔과 두려움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꼬맹이의 머릿속에서 어떤 여러 단계를 돌고 돌아 뜬금없어 보이는 '병이 있냐'는 질문을 했는지는 모르나, 나는 나의 꽁꽁 싸맨 약한 부분이 건드려진 느낌이 들었다.
뜬금없다고 여기는 또 다른 질문은 대학교 2학년 때였다. 옛날옛적 일인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대화도 잘 되고 남다른 관점도 가졌고 생각도 깊어 내가 신뢰하는 한 후배가 물었다.
"언니는 무슨 재미로 살아요?"
나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을 것이고 눈을 깜빡깜빡했을 것이며, 그러면서 질문에 충실히 대답하려고 노력했을 터였다. 나는 무슨 재미로 사는지, '무슨'에 대해 두뇌세포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열나 생각했다. 나는 술도 잘 먹었고 선배와 후배들과도 잘 어울렸고 클럽에도 자주 갔으며 놀 때는 미친 듯이 놀았다. 물론 술기운이었지만. 축제 때 이런저런 행사를 하며 꼴딱꼴딱 밤 새우며 준비도 하는 등 엄청 열심히 재미있게 논다고 놀았는데, 이런 게 재미가 아닌가? 그저 방탕하게 논 건가... 나.. 나는.. 재미없게 살고 있구나.. 근데, 재미가 도대체 뭐지? 그 이후 '재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나만의 재미가 있다. 비밀이라 말하지 않겠다. 비밀이라면서 말하지 않는 게 난 재미있다.
재미를 살펴보면 사람마다 참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 <심심해 심심해>에 나오는 아이는 심심해서 재미를 찾아 나선다. 재미없는 게 누구 탓일까? 심심하다는 게 뭐지? 질문을 하고, 몸소 이런저런 체험을 하며 보고 느끼며 알아간다. 재미없는 것도 재미있다는 걸 알아간다. <회색 인간>을 쓴 김동식 작가의 초단편 소설들이나 <이상한 낱말 사전>에 나온 박성우 시인의 시와 서현 작가의 그림을 보면서 보석 같은 재미를 만질 수도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하는, 피식피식 웃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나만의 재미에 대해 써보자. 비밀이라 안 보여줘도 되지만 한번 쓰기나 해 보자.
오늘 당신의 마음을 세우는 문장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