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바박스
어디야 왜 이렇게
못 내려와
엘베가 안 올라와
정말 폭파하고 싶다
뭐라구 너 미대생인데 공병단에서
지뢰 설치병 아니 지뢰 파괴범
아니 아니지
‘범’ 아니고 ‘병’이지
그거 너무 싫어했잖아
지랄탄 연막탄 세균탄
소이탄 살상용 진압용 그건 안 되잖아
기다리며 나는
오른발을 오른쪽 옆으로
왼발을 오른발에 붙여 나란히
왜 그런데 내려오기가
그렇게 어려워
B1에 그거 있잖아 콜라텍
그 사람들 땜에 잠깐 밥 먹으러 가기두
일 보러 내려가기두 어려워
은행에 버팀목 대출 갈아타야 하는데
정말 지하에서 붙들고
안 올라와
심지어 9층까지두 잘못 올라와
한가득 우글우글해
최루탄이라두
나는 다시 발을 옮기며
더럽고 깨진 타일을
오른발을 앞으로
왼발을 다시 왼쪽 옆에
콜라텍 무도학원 캬바레
미인클럽
산관으로 온 여사님은
들통 한가득 미역국 풀어지게 끓여놓고
마트 갔다 올게
나가선 안 돌아온다
그 스테렌스 들통
지독한 고독으로 찌그러진 들통
네모로 변한 반원형 들통
안 올라오는 네모난 엘리베이터
네모난 *룸바박스rumba box
당신은 노산이야 황제절개
배를 째야된다구
자연은 말두 마 그냥 불가능이야 아기가 위험해
끝까지 끝까지 양수를
검사
무수한 반말이 끓어넘치는
그 룸바 박스 들통으로 미역 줄기가 타고넘어와
나를 오랏줄로 결박하는 박스
오른발을 왼발 옆에 나란히
왼발을 뒤로
그 룸바박스 안에는 혼자 양수막 터지고
분만 유도제 아냐 무통 분만 주사 안돼
모두 안돼 안돼 뿐
밤마다
806호가 귀뜸한 대로 여사님
캬바레에서 밤마다 나오는
그 보석함보다 더 찬란한 그
기형의 룸바박스
병실두 없는지 검은 약상자 창고에서
자궁수축제 맞으며
왜 나만 보호자가 없어 속으로 울부짖으며
허리를 톱으로 써는 것 같아
혼절두 못하면서
아기가 혹 잘못되면
다시 오른발을 왼발을
옆으로 나란히 옮기면서
그 룸바박스 안에는
아주 빼빼 마른 핏덩이가 아주 태연하게
발가락을 빨면서
더럽고 깨진 네모 타일 위에
네모 들통 네모 엘베
네모 룸바를 그리며
혹시 진짜 최루탄 터뜨린 거 아냐
왜 내 눈 아래로 꾸역꾸역
미역줄기 같은 눈물이 흘러
이젠 그걸로
리본체조라두
*사진은 아기가 커서 만들어준 세 개의 접시 중 하나
*쉘위댄시shall we dan詩, 연작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써야지. 춤추듯 시詩 한 켤레를. 토슈즈 없는 맨발로 발바닥이 벗겨지고 발가락이 툭 떨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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