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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이문숙 Sep 11. 2024

B1에 그거 있잖아

-룸바박스

어디야 왜 이렇게

못 내려와


엘베가 안 올라와

정말 폭파하고 싶다


뭐라구 너 미대생인데 공병단에서

지뢰 설치병 아니 지뢰 파괴범

아니 아니지

‘범’ 아니고 ‘병’이지

그거 너무 싫어했잖아


지랄탄 연막탄 세균탄

소이탄 살상용 진압용 그건 안 되잖아

기다리며 나는


오른발을 오른쪽 옆으로

왼발을 오른발에 붙여 나란히


왜 그런데 내려오기가

그렇게 어려워

B1에 그거 있잖아 콜라텍


그 사람들 땜에 잠깐 밥 먹으러 가기두

일 보러 내려가기두 어려워

은행에 버팀목 대출 갈아타야 하는데


정말 지하에서 붙들고

안 올라와

심지어 9층까지두 잘못 올라와

한가득 우글우글해

최루탄이라두


나는 다시 발을 옮기며

더럽고 깨진 타일을


오른발을 앞으로

왼발을 다시 왼쪽 옆에


콜라텍 무도학원 캬바레

미인클럽


산관으로 온 여사님은

들통 한가득 미역국 풀어지게 끓여놓고

마트 갔다 올게

나가선 안 돌아온다


그 스테렌스 들통

지독한 고독으로 찌그러진 들통

네모로 변한 반원형 들통

안 올라오는 네모난 엘리베이터

네모난 *룸바박스rumba box


당신은 노산이야 황제절개

배를 째야된다구

자연은 말두 마 그냥 불가능이야 아기가 위험해

끝까지 끝까지 양수를

검사


무수한 반말이 끓어넘치는

그 룸바 박스 들통으로 미역 줄기가 타고넘어와

나를 오랏줄로 결박하는 박스


오른발을 왼발 옆에 나란히

왼발을 뒤로


그 룸바박스 안에는 혼자 양수막 터지고

분만 유도제 아냐 무통 분만 주사 안돼

모두 안돼 안돼 뿐


밤마다

806호가 귀뜸한 대로 여사님

캬바레에서 밤마다 나오는

그 보석함보다 더 찬란한 그

기형의 룸바박스


병실두 없는지 검은 약상자 창고에서

자궁수축제 맞으며

왜 나만 보호자가 없어 속으로 울부짖으며


허리를 톱으로 써는 것 같아

혼절두 못하면서

아기가 혹 잘못되면


다시 오른발을 왼발을

옆으로 나란히 옮기면서


그 룸바박스 안에는

아주 빼빼 마른 핏덩이가 아주 태연하게

발가락을 빨면서


더럽고 깨진 네모 타일 위에

네모 들통 네모 엘베

네모 룸바를 그리며


혹시 진짜 최루탄 터뜨린 거 아냐

왜 내 눈 아래로 꾸역꾸역

미역줄기 같은 눈물이 흘러


이젠 그걸로

리본체조라두


*사진은 아기가 커서 만들어준 세 개의 접시 중 하나

*쉘위댄시shall we dan詩, 연작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써야지. 춤추듯 시詩 한 켤레를. 토슈즈  없는 맨발로 발바닥이 벗겨지고 발가락이 툭 떨어지도록.


#리본체조#쉘위댄스#룸바박스#출생률#청년#노인#세대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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