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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이문숙 Sep 25. 2024

두 마리 칠기

-피봇 턴

가을인데

물놀이 공원에 갔다


가을인데 여름 부채처럼

여름 인견 이불처럼


파도나

바나나보트를 타려고


가짜 흰 모래가 되쏘는

햇빛 바구니 담기 놀이나 하려고


아니다

다 아니다


눈이 아닌 발로

발의 눈으로 올려다 보기만 한다


기구 이름은 춤추는 탁발승

빙글빙글 돌며 꼭대기에서 아래로

회전하며 튜브가 내려온다


상승 없이 하강만 하는

오색의 튜브들


나는 그 아래서

맨발로 빙글빙글 돈다


한 발을 물 속에 고정하고

다른 한 발로 회전을 한다

멈출 줄 모르는

*피봇 턴pivot turn


발은 오래된 빗접처럼

지 않은 것이다


칠 벗겨진 서랍 속

장식이 떨어지고

빗살 빠진 빗


발은 옻나무처럼 독한 것이다

발은 옻나무처럼 먼 것이다


심장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어

잘 모르는 것이다


발이 두 마리 칠기처럼

물 속에서 돌고 돈다


찰박찰박한

흰줄무늬 자고새


폐장 직전 물놀이 공원

춤추는 탁발승은 곧 멈출 것이다


오색의 낙엽들이

기구를 채울 것이다


발은 오래된 빗접처럼

이곳에 머무를 것이다

서늘할 것이다


조용히

심장에서 가장 멀리


*쉘위댄시shall we dan詩, 연작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써야지. 춤추듯 시詩 한 켤레를. 토슈즈 없는

맨발로 발바닥이 벗겨지고 발가락이 툭 떨어지도록.


#쉘위댄스#폭염#기후행동#스텝#피봇턴#삼국삼색#칠기#국립박물관#화장대#여성#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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