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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시집 ‘한 발짝을 옮기는 동안’

by 시인 이문숙

이건 195g이에요

이건 210g


육교를 건너는데 말버즘나무 방울 흔들린다. 나 여기 있어. 잎 다 떨군 나무. 잘린 나무.


우체국에 다녀온다. 어떤 건 195g. 어떤 건 210g. 정말 이상하네요. 나는 똑같은 거라고 말한다.


남자 직원은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봉투 스카치 테이프를 뜯어 보여준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온 것일까. 15g은 어디서 온 것일까. 망설임, 떨림. 흰 작약 갈피, 방울 소리. 보내는 마음, 작별의 무게. 거기 담긴 걸까.


15g, 15g


깜박대며 마구 바뀌다 멈추는

전자 저울의 눈금.


더러 반송되어 오기도 한다.

수취인 미상

빙빙 떠돌기도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못 받았어요 연락이 오기도 한다


뜯긴 스카치 테이프 자국 남은 하늘.

말버즘나무 방울 흔들린다. 잘린 나무. 잎 다 떨군 나무.


나 아직 여기 있어.

나 여기 떠돌고 있어.


몇 해나 지난 책이

낡은 행성처럼 빙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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