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역지우(莫逆之友) – 진정한 우정

자아실현 – 나를 완성하고 나누다

by 무공 김낙범

막역지우 莫逆之友

생각과 뜻이 통하고 마음이 깊이 맞는 참된 벗


말이 필요 없는 관계, 마음이 닿는 자리

‘막역지우’는 『장자(莊子)』에 나오는 말로, “거슬림이 없는 친구”를 뜻합니다. 장자는 평생의 벗 혜시가 세상을 떠나자 이렇게 탄식했습니다. “이제 내 막역지우가 없구나.” 그들은 서로 생각이 달랐지만, 다름 속에서도 마음이 통했습니다. 논쟁은 많았지만 다툼은 없었고, 침묵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했습니다. 말보다 깊은 신뢰, 그것이 막역지우의 본질입니다.


자아실현은 ‘진짜 나’를 꺼낼 수 있는 벗이 필요하다

진정한 자아실현은 혼자만의 고독한 길이 아닙니다. 내 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사람, 실패마저 털어놓을 수 있고, 침묵조차 불편하지 않은 관계. 그런 벗이 곁에 있다면, 우리는 더 솔직해지고, 더 담대해질 수 있습니다. 막역지우는 내면의 거울이며, 함께 성장하는 울림입니다.


마음이 다르되, 어긋나지 않는 사람

막역지우란 생각이나 감정이 항상 같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다름을 존중하고, 그 차이 속에서 더 깊은 이해에 이르는 관계입니다. 자신을 포장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 말이 어긋나도 마음은 멀어지지 않는 사람. 논리보다 신뢰가 우선이고, 설득보다 공감이 먼저인 사람.

그곳에 막역지우가 있고, 자아실현의 길은 거기서 더 깊어집니다. 그리고 때로 우리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던지는 세 가지 질문

1. 나는 지금, 내 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2. 그 사람과 나는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는가?

3.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막역지우’가 되어주고 있는가?


자아실현의 여정은 내면으로 향하지만,

그 길이 외롭지 않으려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는 벗이 필요하다.


생각이 다를 때조차 더 가까워지는 사람,

그가 곁에 있다면 우리는 이미 삶의 큰 선물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준다면

그 또한 자아실현의 또 다른 완성이다.



★ 금성여자 이야기


《막역지우 사행시》

막: 막막한 망망대해 인생 고해 바다

역: 역시 친구뿐일세

지: 지금까지 오십 년 찐 우정

우: 우리는 묵은지 우정


《막역지우 신세대 버전》

막: 막걸리 마실까? 소주 마실까?

역: 역시 소맥이지

지: 지금까지 우리는 술자리 우정 최고!

우: 우정 샷! 위하여!


아주 오랜 벗이 있습니다. 여고 동창생 삼인방, 꿈 많던 고교 시절에 만나 지금까지 오십여 년간 찐 우정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나는 신 김치를 아주 좋아합니다. 묵은지에 돼지고기를 숭숭 썰어 넣고 김치찌개를 끓여 밥 한 그릇을 뚝딱입니다.


내게 여고 동창 친구들은 묵은지 우정입니다. 묵은지 친구들은 우정을 넘어 인생 전체를 함께 하는 동반자랍니다.

허물까지 비밀까지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를 ‘막역지우’라고 부릅니다. 막역지우 세 사람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은 선생님을 했네요.

결혼하고 자식들 낳고 아내 역할, 엄마 역할 하는 동안은 자주 볼 수 없었습니다. 자주 보지 못하고 오랜만에 만나도 바로 어제 본 듯한, 시간을 뛰어넘는 만남.


"얘! 너는 어쩜 그대로니? 보기 좋아! 하나도 안 변했어!"

안 변하기는요! 세월의 흐름 속에 중년의 아줌마도 지나가고 이젠 할머니가 되었네요.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오면서 신기한 점은 그동안 수많은 만남 속에서 갈등이나 다툼이 단 한 번도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우정을 지켜낼 수 있었던 점은 서로에 대한 배려심과 중요한 덕목인 ‘비밀 유지’에 대한 의리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식들 잘 키워 출가시키고 손주들까지 보고 시간적 여유가 생긴 요즈음. 국내 여행 콘셉트로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주도, 속초, 부산, 경주, 인천, ·대구, 공주까지 하루나 일박 이일 여행을 다니며 우정을 돈독히 하는 중입니다.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막역지우가 있음이 행복입니다.



★ 화성남자 이야기


오랜만에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문 앞에 선 그의 얼굴, 아무 말없는 그 침묵의 표정만으로도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말이 없어도 괜찮았습니다. 그가 왔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충분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자란 죽마고우이자, 서로를 거르지 않아도 되는 막역지우입니다. 같은 동네에서 뛰놀던 시간은 오래전에 흘러갔지만, 그 기억은 마음 깊은 뿌리로 남아 세월조차 흔들 수 없었습니다.


마주 앉은 우리는 말을 잇기도 했고, 말없이 웃기도 했습니다. 지나간 시간을 억지로 끌어오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습니다. 우정이란 때로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것을 전합니다.

세월은 우리를 각자의 삶으로 데려갔고, 얼굴을 마주하기조차 어려운 시간은 길었습니다. 그 친구는 은퇴 후, 한동안 무의미한 날들을 견디다가 문득 내 생각이 나서 먼 길을 왔다고 했습니다.


“그냥... 네가 떠올랐어.”

그 한마디에 오랜 시간의 공백은 스르르 녹아내렸습니다.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옛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보다, 말없는 순간을 편안하게 감싸주는 온기. 막역지우란, 서로의 본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관계. 포장 없이, 설명 없이, 그저 함께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사이입니다.


우정은 시간이 흐른다고 바래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월이 지나면서, 자아의 진짜 얼굴을 비춰주는 거울이 됩니다.

지하철역까지 친구를 배웅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아실현은 혼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길에는 나를 이해해 주고, 지켜봐 주는 사람의 진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진심이 닿는 곳에서, 나는 내가 누구인지 조금씩 더 선명해집니다.

친구가 떠난 자리, 조용히 남은 온기. 그 온기는 다시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자아실현은 나를 알아가는 길이지만, 오래 지켜봐 준 친구와의 재회는 그 길을 더 깊게 만들어줍니다.


고마우이, 친구여.

그대가 있어 나는,

조금 더 나다워졌다네.



막역지우가 주는 자아실현 지혜


1.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는 용기

진정한 친구와의 관계는, 내가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그 앞에서는 포장할 필요도, 감출 이유도 없습니다. 온전한 나를, 부끄럼 없이 드러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아가 고개를 듭니다.


2. 나침반이 되어주는 관계

좋은 친구는 때로 내가 보지 못하는 길을 가리킵니다. 그의 한마디가, 그의 침묵이, 지금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스스로 묻게 합니다. 막역지우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가장 깊은 거울입니다.


3. 우정은 삶의 중심을 붙든다

막역지우는 세월 앞에서도 변하지 않는 관계입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마주 앉은 그 순간 우리는 다시 처음처럼 마음을 나눕니다. 그런 친구 하나가 곁에 있다면, 삶이 아무리 흔들려도 나는 중심을 잃지 않고, 자아실현의 길 위에 설 수 있습니다.

keyword
이전 20화근묵자흑(近墨者黑) – 환경이 자아에 끼치는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