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도 가능한 유유자적

007 초역 채근담

by 무공 김낙범

자연 속에 은둔하여 유유자적 지내는 사람은

무심코 현실 사회에서 멀어져 세상 물정에 어둡게 된다.

따라서 시골 생활을 하더라도

늘 세상 돌아가는 일에서 눈을 떼지 말고

자기 나름의 생각과 의견을 가져야 한다.

- 초역 채근담


장소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은퇴하면 꼭 전원에서 살고 싶었다.

풀벌레 소리 들으며, 흙길 걷고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살아가는 삶

그런 삶이 내가 꿈꾸던 유유자적이었다.


유유자적(悠悠自適)이란

느릿하고 여유로운 모습과

스스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태도를 뜻한다.

즉,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삶이다.


도연명은 '귀거래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본래부터 농사를 짓는 것을 즐겼으니

도시의 소란은 내 마음에 맞지 않네."

벼슬을 버리고 시골로 돌아간 그는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글을 썼다.

진정한 유유자적의 삶이었다.


그러나 채근담은 한 가지를 덧붙인다.

"시골 생활을 하더라도

늘 세상 돌아가는 일에서 눈을 떼지 말고

자기 나름의 생각과 의견을 가져야 한다."

유유자적은 한가하게 사는 것만이 아니라

고요한 삶 속에서 깨어 있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고요함은 외면이 아니라 내면에서 비롯된다.

나는 지금도 도시 한복판 아파트에 살고 있다.

전원생활은 여건상 미뤄둔 상태다.

그렇다고 유유자적을 포기한 건 아니다.

마님과 함께 매일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글로 쓴다.


소란한 인간관계 대신

자연의 숨결 같은 일상을 살아간다.

그 순간만큼은

전원에 있지 않아도 마음은 한적하다.


유유자적은 장소가 아니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마음이 고요하고 방향이 뚜렷하다면

어디든 그곳이 유유자적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단순한 일상들이 쌓여

삶의 질서를 바꾸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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