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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톰양 Mar 16. 2017

결혼식이 끝나고 삼십분 후

언제나처럼.하루가.지나갔다.

우남 씨와 나는 핫도그를 먹고 있다. 


머리는 온갖 헤어 제품으로 돌처럼 굳어 있고

속눈썹이 어색하게 눈에 붙어 있으며

볼에는 봉숭아 마냥 분홍빛이 물들어 있는 상태로

웃느라 굳어버린 입가를 매만지며

핫도그를 먹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삼십 분 전에 결혼한 부부이다. 

삼십 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니 

여기저기서 축하한다는 말이 장대비처럼 쏟아졌다.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은 축하를 받은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삼십분이 지난 지금. 신기루처럼 결혼식은 끝났고

나는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핫도그를 먹고 있다.


결혼을 하기 전. 내가 결혼이라는 걸 할 수 있을까 생각할 무렵에는

결혼을 하면, 결혼식이 끝나면 내가 이제까지 살았던 것과는 무언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막연한 생각이었다. 다들 결혼하면 뭐가 달라진다고 하니까. 

그런 말들에서 오는 기대감 혹은 두려움 같은 게 가슴 한편에 있었나 보다. 


그런데 막상 결혼식이 끝난 30분 후에도. 그리고 1년이라는 시간이 조금 넘은 지금 시점에서도

기대감을 가질 만큼, 두려움을 가질 만큼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나는 즐겁게 놀고

여전히 나는 치열하게 일하며

여전히 나는 사랑을 하고 

여전히 나는 사람들 속에 묻혀 그렇게 살고 있다.


언제나처럼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는 것일 뿐.



아무렇지 않게 하루의 해는 늘 지고 만다.









매일이 햇살 일수는 없겠지. 하지만 매일이 흐림도 아닌 걸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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