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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재윤 Sep 18. 2021

함수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원인과 결과의 올바른 파악

  

  함수(function)란 두 변수 x, y에 대하여 x에 따라 y가 하나씩만 정해지는 대응 관계이다. 예를 들어 y=x는 x값이 1, 2, 3 … 일 때 y값도 1, 2, 3 …으로 각각 대응되기에 함수다. 함수의 ‘함’은 상자이며 함(函) 위로 뭔가를 집어넣었더니 밑에서 뭔가 나온다는 뜻에서 함수(函數)란 이름을 붙였다.

  함수에 꼭 숫자가 들어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5명의 친구가 경주로 여행을 떠난다. 그들은 아기자기한 한옥과 이색적인 카페가 줄지어진 황리단길을 구경하기로 했다. 경주역에서 내려 황리단길을 가는 길에 모두 버스를 탔다. 버스 요금이 1,500원이었을 경우, x는 버스는 탄 사람, y는 버스 요금이 된다. 황리단길에 도착한 후 카페에 들어가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였다. 아메리카노의 가격이 1,500원일 경우, x는 아메리카노를 먹은 사람 y는 아메리카노의 가격이다. 이 모든 과정이 x에 따라 y가 하나씩만 정해지는 함수다.

  함수는 마치 원인과 결과의 대응 관계와 같다. 예를 들어 컴퓨터의 키보드도 함수다. A라는 키보드 스위치를 누르면 그에 해당하는 글자로 출력된다. 코로나 확산 경로는 함수다. 감염자와의 비말 접촉이란 원인은 코로나 확진이란 결과를 얻는다.

  함수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하루 운동시간을 나타낸 다음 그림은 함수일까?

  2일 차 기록이 없는데 3, 4일 차 기록이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f가 함수라면 원인에 맞는 결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따라서 f는 함수가 아니다.


  편의점에서 파는 상품을 함수로 나타낼 수 있을까? 친구에게 1,000원짜리 상품을 샀다고 말하면 무엇을 샀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왕꿈틀이 젤리, 메로나, 칸쵸 등등 떠오르는 상품의 개수가 많기 때문이다. 하나의 원인에서 여러 개의 결과가 나오면 함수가 아니다. 원인관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급별 반 티 한 장의 가격을 함수로 나타내보자. 1학년 2, 3, 4반 모두가 15,000원을 반 티 가격으로 골랐다. 이를 통해 반 티 가격은 15,000원을 주로 선호한다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어떤 원인이 같은 결과를 택해도 상관없다. 백만 원을 반 티 가격으로 고르는 학급은 없을 테다. 선택받지 못한 결과도 있을 수 있다.


  함수는 그저 기호적 수식이 아니라고 했던 수학자 클라인의 말처럼 함수를 알면 삶을 명확히 표현하는 일이 가능하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쓴 E. H. 카에 의하면 역사란 명확한 사실이 아닌 역사가에 의해 굴절된 사실이다. 파스칼이 쓴 《팡세》에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낮았더라면 세계 역사는 변했을 것이다.”라는 말을 보자. 해석하자면 로마의 장군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의 미모에 흠뻑 빠졌기 때문에 악티움 해전에서 패배했다는 말이다. 카는 “여성의 아름다움과 남성의 얼빠짐 사이의 연관은 일상생활에서 관찰될 수 있는 가장 정상적인 인과관계 중의 하나”라고 주장했지만 그보다 더욱더 합리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패배의 원인은 말라리아로 인한 병력 손실, 상대 전함보다 낮은 기동력 등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올바른 역사를 알려면 여러 가지 원인과 결과를 비교함으로써 제일 합당한 인과관계를 발견해야 한다.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합리적인 원인을 찾는 방법으로 로빈슨의 죽음을 예로 들었다. “존스는 음주운전 중이다. 거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컴컴한 길모퉁이에서 브레이크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명된 차로 로빈슨을 치어 죽였다. 로빈슨은 마침 그 길모퉁이에 있는 가게에서 담배를 사기 위해 길을 건너고 있었다. 경찰서에서 로빈슨의 죽음의 원인을 조사한다면 다음과 같이 조사할 것이다. 운전자의 음주운전이 확실하다면 형사고발이 가능하다. 결함이 있는 브레이크 때문이라면 1주일 전에 차를 검사한 수리점을 조사한다. 컴컴한 길모퉁이 때문이라면 도로를 관리하지 못한 시청 공무원을 조사한다. 하지만 로빈슨에게 담배가 있었다면 길을 건너지 않았을 것이므로 그의 흡연 욕구를 죽음의 원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물론 로빈슨의 흡연 욕구도 사고의 원인일 수 있지만, 교통사고 사망률을 낮추는 원인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음주운전 단속, 브레이크 결함 조사, 도로 상태 점검 등은 교통사고 사망률을 낮출 수 있어도 보행자의 흡연 욕구는 사망률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이 모든 과정은 함수로 명확히 표현할 수 있다. 교통사고와 사망률의 관계를 함수 f로 나타내면 아래의 그림과 같다. x는 교통사고의 원인이며 y는 시행 결과로 두었다.


  

  함수를 알면 인과관계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다. 2016년 SBS 뉴스에 보도된 내용을 함수로 살펴보자. 박 교수는 “조선인 위안부들이 매춘을 인지한 상태에서도 자발적으로 돈을 벌 목적으로 위안부로 갔다.”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를 비롯해 옹호하는 측은 학문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두고 박 교수를 법적으로 단죄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박 교수는 매춘이란 단어는 위안부의 형태를 설명한 것일 뿐이며 국제사회와 학계에서 흔하게 쓰는 표현이라 말했다. 이런 입장에 대해 다수의 시민과 학자는 “학문의 자유를 앞세운 폭력”이라 주장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박 교수를 형사상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어떻게 하면 역사를 바르게 볼 수 있을까. 난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올바른 역사란 합리적인 원인을 찾아야만 하는 함수(function)이다.






<참고자료>

E. H. 카, 《역사란 무엇인가》, 김택현 옮김, 까치, 2015,

김도균, 3년 구형 받는 박유하…제국의 위안부, 그 논란의 역사, SBS 뉴스.  2016. 12. 25.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953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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