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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Sep 08. 2019

'로직프로X'를 충동구매하다

진정한 맥북 유저 팟캐스터가 되기 위한 쓸데 없는 오지랍 

 한국 나이로 이제 곧 마흔줄로 넘어서는 직장인. 만 10년 넘게 일한 기자. 경제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운영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아내의 남편. 지금껏 나를 지칭하는 것들은 많다. 이들 직책은 때론 부담스럽지만 때로는 삶의 활력소가 되어준다. 


 이번 프로젝트는 아주 간단한 '충동구매'에서 시작됐다. '나이 마흔줄에 접어드는 한국 직장인·유부남이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있었다. 나를 위한 노력에 대한 결실을 보고 싶었다. 건강 나이로 채 30년 정도 남았을까, 앞으로 어떻게 늙어갈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고도 볼 수 있다. 


2019년 9월 7일 토요일 어느날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음악이 나오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충격과 경악에 휩싸이곤 한다. 이 프로그램에 나온 극단적 인물들을 보면서 욕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은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안도하기도 한다. 



그 프로그램을 산 것은 충동적이었다. 바로 '로직프로X'라는 프로그램이다. 전문 음악인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문용어로 DAW라고도 한다. Digital Audio Workstation이라고도 부른다. 보컬을 녹음하기도 하고, 각종 가상 악기를 동원해 번듯한 백그라운드뮤직(BGM)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노래를 비롯한 음악을 만드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일반적인 생활인에게는 전혀 쓸모없는 프로그램이란 얘기다. 게다가 돈을 주고 사서 깔아야 한다. 200달러니까 우리 돈으로 24만원은 줘야 살 수 있다. 


이런 것을 왜 사냐, 누가 물어본다면 그냥 갖고 싶었다고 대답하리. 작곡은 커녕 기타 줄도 튕겨본 적 없는 내게 있어 불필요한 물건임에 틀림없지만,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 않겠는가. 이미 DAW에 대한 경험치는 3년 정도 쌓여 있었다. 큐베이스를 통해서다. 


지금 갖고 있는 큐베이스는 맥북프로에 깔아 쓰는 큐베이스10 LE 버전이다. 12~13만원 정도 되는 가격이지만, 정가의 6분의 1정도 된다. 가상 악기 등의 기능을 배제하고, 철저히 녹음과 편집 등 기본 기능에 충실한 DAW다. 팟캐스트 편집에는 안성맞춤이다. 녹음과 편집, 배포까지 요 프로그램 하나면 된다. 윈도용도 맥북용도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쓰면서 들었던 한 켠은 늘 허전했다. 지난 1월 질렀던 맥북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맥북을 쓰면서도 윈도PC에서도 쓸 수 있는 DAW를 써야 한다니. 물론 맥북은 동영상 편집용으로 산 것이지만, 지금은 온전히 팟캐스트 편집용으로 쓰고 있다. 맥북을 산 비용이 아까우면 동영상 편집을 하면 되건만, '엉뚱하게 애플에서 제공하는 값비싼 프로그램을 사고싶다'라는 생각으로 번져간 것이다. 


로직프로X는 맥북 속 가라지밴드보다 더 복잡하게 생겼다. 사실 가라지밴드도 어떻게 쓸 줄 몰라 방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로직프로X는 괜한 돈낭비만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갖고 싶었다. 노트북 바꿀 때마다 새로 사거나 해적판을 찾아야하는 큐베이스와 달리 로직프로X는 한 번 사 놓으면 기종을 바꿔가면서도 계속 쓸 수 있다. 이런 식이다. 맥북프로를 쓰다가 다시 다른 맥북을 샀을 때 그것을 온전히 다 쓸 수 있다. (물론 더 싸게 윈도 PC를 사서 해적판을 깔면 더 돈을 아낄 수 있지만.) 


한 번 생각에 빠지자, 좀처럼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김상중 아저씨 목소리가 고조될 즈음에 맥북 내 앱스토어에 들어갔다. 그리고 24만8000원이라는 표시를 눌렀다. 'buy'라는 내 의사 표시인 셈. 로직프로X로 사람들 목소리를 녹음하고 편집하고 배포하는 상상까지 했다. 


조용히 눌렀다. 카드 정보를 와이프 몰래 기입했다. 그는 아마 그 와중에 20만원짜리 프로그램을 턱하니 사고 있을 줄은 모르리라. 전날 사내 동아리에서 들어온 페이백 10만원과 용돈에서 일부 헐면 충분히 돈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고, 가상악기 다운을 받겠는가를 묻는 창이 떴다. 영어였지만, 다 이해할 수 있었다. 공짜로 주겠다는데 마다할 필요가 없다. 다운로드 파일 수는 40GB에 가까웠고, 와이파이로 약 3시간 정도의 다운로드 소요 시간이 예상됐다. (확실히 윈도PC보다 프로그램 까는 과정은 너무나 간편하다. 컴퓨터 프로그램 까는 것도 돈칠을 하면 매끄럽다.) 


그리고 나서 띄운 로직프로X 화면. 참 불친절하다. 몇번 눈만 껌벅거리고 클릭질만 하다가 나왔다. 제대로 쓸 줄 알려면 얼마간의 시간이 더 걸릴까. 


로직프로X 사용자 커뮤니티 홈페이지를 검색해서 알아냈고, 유튜브에서 로직프로X 강좌를 찾았다. 로직프로X 책도 샀다. (컴퓨터 관련 기술서는 언제나 비싸다) 


p.s 


DAW가 뭔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 링크를 보시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86968&cid=59277&categoryId=59279 


로직프로X가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 강연을 들어보시라. 화자가 대충 짧게 말한듯 보이지만, 여러 편을 보면 이해가 된다. 


https://youtu.be/7A3fKiHaA3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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