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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Oct 25. 2022

힘들다를 거꾸로 하면

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124일째

10월 25일 화요일 맑음


첫째가 또 감기에 걸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원래 거의 나아가던 것이 다시 심해진 것이다. 일요일 오후부터 부쩍 날씨가 추워졌고 어제 유치원 등원할 때도 춥다고 해서 뭔가 쎄하다 했는데 역시나였다. 일단 유치원에 감기가 유행하거나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면 어김없이 감기에 걸린다. 이비인후과에 가보면 콧구멍이 좁고 비염이 있어서 그렇다는데 결국 나를 닮은 것이라서 참 답답한 생각이 든다.


오늘은 아침부터 열이 38도가 넘고 기침과 콧물도 심해서 일단 유치원 등원은 무리였다. 어른이라면 이 정도 열이 나고 감기 기운이 심하면 앓아눕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애들은 다르다. 열이 38도 넘어도 에너지가 남아돌고 놀고 싶은 열정이 가득하다. 원래 어제 추가로 받아놨던 감기약이 있어서 병원에는 가지 않았지만 해열제를 추가해 수시로 약을 먹이며 놀아줘야 했다.


문제는 이렇게 강한 감기 바이러스를 사방에 퍼트리는 오빠로부터 둘째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결국 내가 첫째와 놀아주며 주로 시간을 보내고 아내가 둘째가 방에서 최대한 나오지 않도록 돌보는 방식으로 2대 2 육아를 해야 했다. 우리도 어른이지만 감기에 옮을 수 있으니 마스크를 쓰고 생활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서 오후에는 장모님이 잠시 오셔서 도움을 주셨지만 역시나 애 둘을 하루 종일 집에서만 데리고 있는 것은 꽤나 버거운 일이다. 그 와중에 첫째의 열은 잘 떨어지지 않았고 해열제를 교차 복용하고 감기약도 열심히 먹였지만 효과가 별로 없었다. 다행히 열이 38도 전후로 지속되고 있지만 잘 놀고 기분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혹시나 해서 코로나 검사도 했지만 음성이었다.


결국 오늘 밤에도 한 명씩 나눠서 보초를 서야 할 듯싶다. 열이 내리지 않으면 내일도 유치원에 못 갈 텐데. 아니 유치원이 문제가 아니라 감기가 도통 언제 떨어질지 모르겠다는 것이 더 큰 걱정이다. 이런 날에는 참 힘들다. 그래도 고작 감기 정도인 게 어디냐라고 생각해본다. 힘을 내자. 힘들다를 거꾸로 하면, 다들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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