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살얼음이 가득한 마켓
3월 17일 화요일
주문한 냉장고를
오늘 가지러 오라고 해서
냉장고를 가지러 갔다.
한국 마켓 별도 코너에서
팔고 있는거라
마켓쪽 입구로 들어가야 했는데
사람들이 어제보다도 더 많았다.
딸 아이가 지나가다가
계산대에 줄 서있는 사람
겉옷을 스쳤다.
50대 후반쯤 머리가 반 벗겨진
아저씨였는데
엄청 큰 소리로
"아 이런 씨발!!!!!!!!!!!!!"
하고 애를 째려보면서
자기 옷을 소매끝으로 탁탁 턴다.
나도 욕이랑 막말로 붙자면
뉴욕 한인회장배 금상도 딸 자신이 있지만
딸이 보고 있는데서
쌍욕하는 엄마이고 싶지 않다는
그 마음 하나로
겨우 혀를 묶고 서서
아저씨를 째려보았다.
욕심도 많을것 같이 생긴
입을 움씰대면서
당장 달려와 때리기라도
할 듯 주먹을 을러대고 있다.
'넌 내가 오늘 애랑 와서
운 좋은줄 알아라'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저 재수없는 인간을
한번 개망신을 주고 싶은
욕구가 싸우고 있는데
남편이 나타났다.
"왜그래! 무슨일야!!?"
"아니.. 저 사람이 갑자기 욕을 하잖아."
내 남편은
여린 마음씨와 착한 본성과는 달리
엘에이 뒷골목을
주름잡은 형들이랑
랩배틀 쫌 붙었을것 같은,
혹은
비정한 배트남 갱단의
넘버쓰리쯤 되어보이는 외모를 가졌다.
그리고 싸우는 걸 좋아한다.
"무ㅓ!??!?!?!?! 누구야 어떤쉐끼야!!?!?!"
목줄 풀린 불독처럼
흥분을 하며
양팔을 넓게 벌리고 마구 두리번대더니
단번에 찾아냈다.
"당신 뭐야?!?!?!! 어??"
"하지마."
"거기 가만히 있어!!!!!! 왜 욕을해 어?!?!!"
"그냥 가라고."
양팔을 흔들어대며
이미 목소리가 7도를 넘어가는
그를 온몸으로 밀면서 냉장고 쪽으로 갔다.
무사히 냉장고를 픽업했고
남편이 나에게 떠밀려
차를 가지러 간 사이
운이 좋은 사내는
으르렁대는 표정에
어울리지 않는 종종 걸음으로
잘난 식량을 소중히 들고 떠났다.
나를 포함
사람들이 점점 다 예민해지고 있다.
며칠째 잠이 잘 오지 않고
주변의 모든 것이
전처럼 포근하지가 않다.
눈에 보이지 않게
퍼지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코로나 바이러스만이
아닌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