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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RNEST RABBIT Dec 18. 2022

자기애도 없는 이토록 가엾은 인간 _연재(連載)

손을 뻗으면 닿을 그 거리만큼의 책이 날 살렸다.

자기애도 없는 이토록 가엾은 인간_연재(連載)

<손을 뻗으면 닿을 그 거리만큼의 책이 날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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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뻗으면 닿을 그 거리만큼의 책이 날 살렸다.<

늘 그렇듯, 읽는 것으로 끝나고 삶의 변화 없이 부자를 선망하며, 자신의 삶에서는 고난의 선망 증상으로 무절제한 소비로 인해 늘 빚에 허덕인다.

삶은 언제나 혼란스러웠으며, 그 혼란에 정신 못 차리고 흥청망청 살아가다 결국 회복불능의 상태로 치닫는다.


늦을 때가 확실히 늦은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변화보다는 절망 또는 포기가 차라리 맘 편하다.

알람은 언제나 내 머리 위에서 울린다. 자기 전까지 핸드폰의 블루라이트 속 욕망과 시선을 빼앗는 휘황찬란한 다른 이들의 삶을 부러워하며 잠든다.

작은 단칸방의 냉장고 소리는 이상하게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조용하다가도 책을 읽거나 생산적인 일들에 집중하려 하면 유독 더 시끄럽게 들린다.


이게 칵테일 효과인가? 어려운 용어와 문장으로 가려진 단순한 삶의 진리는 간단명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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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고귀함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노동은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잃고 소멸한다.

<어니스트 레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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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에 따른 계급의 줄 세우기는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이 가장 뒷자리에 앉게 된다.

뒷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계급의 차등에 따른 키 높이가 더 높아져 시야를 가리게 된다.

학급에서 보이는 키 큰 사람은 뒤에 가는 곳이 아니다.


키가 크고, 오히려 잘 난 것이 많을수록 경제 체제의 맨 앞쪽으로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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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은 자본을 공부하고,
빈자들은 노동을 공부한다.

<어니스트 레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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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만 현실이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그렇듯 가진 사람이 더 많은 것을 가져간다.

피자의 조각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피자 조각을 가르는 것은 부자들과 가진 자들의 몫이다.


어차피 없는 사람들은 애초에 피자가 있는지 조차 몰랐을 확률이 높다.

자극적인 영상과, 재미와 욕망으로 얼룩져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는 언론의 노예가 되어 간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엇을 보게 하고,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진 자들의 계획이다.

자신들만이 알고 있는 사회체제와 그 체제에서 나오는 탐스러운 열매는 모두 자신들이 가져가고,

나뭇잎과 껍질만 남았다는 이야기를 계속해내뱉는다.


애초에 우리는 열매가 무엇이지 알지 못한다.

성경의 요한계시록처럼, 애매하고, 상징적인 수치와 용어들만 난무한 경제.


GDP, GNI, NNI, NDI


GOD도 아닌 단어의 조합은 우리가 보기엔 무의미한 언어유희에 불과하다.

알고 싶지도 않고, 알아도 내 인생에 도움이 될까? 하는 반감만 같는다.  


‘경제지표지수 약어 몰라도 나는 이제 것 잘 살았다.’

‘이제 와서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면 되지 뭐!’


하지만, 우리나라는 하루 벌어 하루 온전히 먹고살게 해주지 않는다.

어떻게든 다른 이의 불행이 자신의 행복이 되어야 하는 악인들이 판을 친다.

내가 먹지 않으면, 다른 이에게 내가 먹히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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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먹힐 바에는 내가 날 스스로 먹어버리자.


<어니스트 레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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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이 생을 정리하려,


‘이왕 이 생에서 사라지려는 처지인데’

‘그래도 내 삶과 부채의 혼돈은 있어도’

‘날 찾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방이라도 깨끗하게 보이자.’


여기저기 흐트러진, 옷들과 생라면 봉지, 설거지 그릇이 가득한 싱크대.

어질러진 방을 정리하다.  권의 책에 시선이 가닿았다.





1곡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


34곡

길잡이와 나는 밝은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 거친 길로 들어갔다.
쉴 겨를도 없었다.

그가 앞서고 내가 뒤를 따르며 위로 올라갔다.
마침내 우리는 둥글게 열린 틈을 통해
하늘이 실어 나르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고,

그렇게 해서 밖으로 나와 별들을 다시 보았다.


<단테 알리기에리>



글을 모두 읽고, 밖으로 나간 그날의 날씨는,

2022년 12월 막달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으며,

2022년 영하 15도라는 제일 추운 날씨를 기록한 겨울의 초입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내 몸은 춥지 않았으며,

그 추위가 날 더 살게 하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인생의 막다른  자본 시장에서 자본의 가치를  알지 못한 사내가 자신의 방을 정리하며,

 권의 책에 손이 간다.


 책들이  사내의 인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우리의 인생은 불완전한 연속성 속에 
확신을 가지려 하다 넘어진다.

<어니스트 레빗>




넘어지고 기어가다 작은 돌부리에 무릎이 까여, 아파한다.

그것이 삶의 가장  고통인 .


그러나 이내 깨닫는다.


무릎의 까임은 숨 쉬는 순간순간 계속되는 들숨과 날숨 같은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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