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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RNEST RABBIT Dec 27. 2022

자기애도 없는 이토록 가엾은 인간_연재(連載)

삶에서 당연하다고 누렸던 환경이 당연하지 않을 때.

자기애도 없는 이토록 가엾은 인간_연재(連載)

<삶에서 당연하다고 누렸던 환경이 당연하지 않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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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글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엮어진 에세이스트가 꿈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꿈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되려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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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각의 동물이다. 그러니 그 상황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하지만, 영하 -17도의 날씨에서 반지하의 냉골. 7일 근무를 한 뒤 이불을 단번에 걷어내고

밖으로 힘차게 걸음을 옮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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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분명 소변을 보아도  내려가지 않은 기미가 보였다.

래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변기의 하수로 빨려 들어가는 와류와 회오리의 시원함이 

무척이나 약하고 힘겨워 보였으나. 3번의 레버질로  단단한 똥덩어리가 흘러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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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당연히 다음 똥덩어리도 쉬이 넘어갈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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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결국, 어제 먹었던 중국산 땅콩의 역습으로 화장실 변기는 사망하셨다.

레버를 당기면, 당길수록 여름 저수지의 수문이 점점 차오르 듯,

 짜장면 국물에 물을 희석시킨 듯한 탁한 물들이 점점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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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2도의 날씨 모처럼 쉬는 날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먹다 남은 짜장면에 물을 부어놓은  같은 화장실 변기의 상황을 보고 있자니,

이불 밖이 더 안전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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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B202.
 새끼는 허구한  무슨 게임을 하는 것인지,
신음소리와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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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발새끼"
"어어어어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악!"
"안돼 안돼 안돼"

"어어어 윽으ㅡ으으윽 헉헉헉 아아아악"
"아놔, 좆같네"
어어어어, 어억어거어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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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키보드를 쌔게 내려치는 소리도 들렸다.

그럴 때면 나는 분노를 삭이며,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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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머리 위에 타오을 숯을 쌓아 올려놓으라 말하는 신이시여."
"복수 또한 신의 영역임을 알고 있습니다."

"부디,  마음에 평온을 주시옵고,
그로 인해 잠을  자는  시간을 기억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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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음이 되지 않는 것을 욕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녀석의 몰입감 쩌는 게임을 욕해야 하는 것인지.

게임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나는 B202호가 무슨 게임을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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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 ~ 04:00까지 끊이지 않고  세상 혼자 사는 놈처럼.

지껄여 대는 그놈의 목소리 때문에 잠을 설친 적이 하루 이튿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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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쩌겠는가, 200/20 원에 행거형 왕자 옷걸이와 냉장고,

전자레인지가 구비되어 있는 집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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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 침수 피해 지역 세면대, 싱크대 교체 공사가 있습니다.>라는 집주인 여사님의 문자를 받고 알았다.

내가 계약하고 살고 있던 이 방이 몇십 년 만의 폭우로 침수된 이라는 것을 입주하고 1달이 지난 ,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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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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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부동산을 통해 계약을, " 집은 아닌  같은데"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갈색의 날개 달린 바퀴벌레가 

튀어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날개가 있고, 연한 갈색의 바퀴벌레는 일본산이라는 말을 얼핏 들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일반 시급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서울의 집 값과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는

가격대비 이만한 집은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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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것은  에서 앞으로 일어날 전조증상을 보여준 과 같았다.  

돈이 없는 . 당장 친척동생의 집에서 방을 빼야 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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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선택지는 없었다.
 인생은 4 선다형 객관식 답안지가 존재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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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을 빼는 기간 하루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가격과 지리적으로 

최적의 조건을 제시한  집을 선택하지 않으면, 내 몸 한 곳 누울 곳이 없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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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함은 언제나 차고 넘치고, 용서의 덕목은 항상 아쉬운 사람에게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작은 작업실의 화장실 좌변기의 물도 시베리아 한파에 꽁꽁 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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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를 부르고, 그것을 녹이며, 정상 작동까지 시키는 데에 40~45 원의 기회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냥, 히터를 틀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쏟아 오른 자바라의 호수에 다시금 상수도의 물이 콸콸 나올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란다.

(열선을 이용하여 물이 얼어 나오지 않는 곳에 열침을 넣고 계속해서 녹여 나가야 한다나 어쩐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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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원의 반지하 방의 변기 막힌 것도 모자라,

 60 원의 작업실 화장실까지 말썽이라니.


이거, 이거 보통아니다.

거기에 사면초가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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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은 비용대로,  똥꼬는 똥꼬대로 똥 쌀 때 정하여 정해진 곳에서 거사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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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의 거사는 지하철역 공용화장실에서 거하게 치렀다.

참을 대로 참은 나의 장은 공용화장실의 막혔던 변기를 시원하게 뚫을 기세로,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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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놀라운 파괴력이다.
이것을 해낸 내가 자못 대단하게 느껴진 하루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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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지하철의 공용화장실 변기는 내 모든 응가를 받아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레버를 내림과 동시에 시원하고 깨끗한 백색 변기의 위용을 다시 내 비췄다.

변기 물의 색도 청량했다.


(청량하다는 표현을 여기에 사용하게  줄은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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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변기와 작업실 변기가 막혀도 쏟아낼 지하철 화장실을 사용할  있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는 국뽕이 쏟아 오르며,

  가벼운 몸으로 작업실로 향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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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이토록 간사하다.
   제대로 시원하게 봤다고 하루가 이렇게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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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우리  변기의 짜장면 국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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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상온으로 올라간  2 만에 나의 짜장면 국물을 말끔히 내려 보낼  있었다.
혐오의 감정이 올라왔다면, 내가 표현을 잘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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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가고 싶어 작업실을 빨리 닫는 경우가 생긴 2022년의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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