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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감싸던 종이들 5>

Vinyl Sleeve Stories

by JDC side A

5. 음악이 피어난 구름 위의 무지개 — RCA Rainbow Clouds Sleeve


기술의 시대, 그러나 따뜻한 낙관주의의 색채.

구름, 무지개, 그리고 소프트 팝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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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구름, 분홍빛 꽃, 파스텔톤 무지개가 부드럽게 이어져 있다. 가운데에는 작은 원형의 구멍이 뚫려, 그 안으로는 음악의 이름이 살짝 비친다. 이것은 1970년대 RCA Records의 7인치 싱글 슬리브, 이른바 “Rainbow Clouds” 디자인이다.


산업 디자인에서 ‘꿈의 그래픽’으로

RCA는 원래 기술 기업이었다. 라디오, 축음기, 텔레비전을 만들던 회사였지만, 음악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며 자사 음반을 **‘기술과 예술의 결합체’**로 홍보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RCA는 자사의 레코드 슬리브를 단순한 포장재가 아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캔버스’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1970년대 초, RCA는 이처럼 아이처럼 순수한 색감 — 분홍, 보라, 노랑, 하늘색 — 으로 구성된 무지개와 구름, 꽃의 일러스트를 담은 슬리브를 선보였다. 산업 디자인 중심의 냉철한 로고 대신, 꿈꾸는 듯한 색채로 음악의 시대정신을 표현한 것이다. 당시 시대 감성과의 공명이 시기 미국 대중문화는 사이키델릭 이후의 낙관주의, 즉 ‘소프트 유토피아’의 시대였다. 히피 문화가 물러나고, 사람들은 더 부드럽고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했다. 라디오에서는 The Carpenters, John Denver, Olivia Newton-John 같은 ‘따뜻한 목소리’들이 흘러나왔다. RCA는 이러한 흐름을 읽었다. 거친 로큰롤의 시대가 아닌, ‘따뜻한 팝의 시대’를 상징하는 비주얼로 자사 싱글을 감쌌다.


이 슬리브는 단지 디자인이 아니라, 당시 음악의 정서 — ‘부드러운 낙관주의’를 상징하는 그래픽 언어였다.

그 무지개 속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들이 시기의 RCA에서 발매된 싱글들을 떠올리면 이 슬리브가 얼마나 어울리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다.


Elvis Presley – “Burning Love” (1972) : RCA의 상징과도 같은 엘비스의 후반기 대표곡.

John Denver – “Take Me Home, Country Roads” (1971) : 자연과 평화를 노래한 RCA의 가장 순수한 히트곡 중 하나.

The Guess Who – “These Eyes” (1970) : 캐나다 출신 밴드의 소프트록 사운드, RCA의 감각적인 선택.

Harry Nilsson – “Without You” (1971) : 애절하고 섬세한 감정이 담긴 RCA 발라드의 정점.


이 곡들이 담긴 7인치 싱글들은 바로 이런 슬리브 안에 들어 있었다. 무지개, 구름, 그리고 사랑. 그 시대의 사람들은 턴테이블 위에서 이 조합을 그대로 느꼈다. 오늘날 이 슬리브를 보면 그저 귀엽고 예쁜 복고풍 디자인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에는 ‘음악이 행복을 전한다’는 믿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상징이었다.7인치 한 장, 구름 위를 건너는 무지개 한 줄. 그 안에는 기술과 예술, 산업과 낭만, 그리고 1970년대 RCA가 꿈꿨던 세상이 함께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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