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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 마수리 Feb 17. 2020

사파의 세 여인

사파 여행은, 혼자 가지 마세요


사파 여행 1박 2일 동안 세 명의 여인을 만났다.


첫 번째 여인


민족 전통 옷을 입었다.

이 곳이 고향이고 결혼했고 아이가 있다고 했다.

집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만난 기념이라며 내 손목에 수제 팔찌를 얼른 채워주었다.

영어가 아주 유창했다.

영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민족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다가와서 말을 걸기에 집에 가는 길에 말동무가 필요했거니 생각했다.

대화를 이어가던 중 어느 지점에 이르자 수제품 팔기 본색이 드러났다.

썩 내키지 않았지만 지루한 흥정 끝에 하나를 사고야 말았다.

 

두 번째 여인


아침 먹고 산책하던 중이었다. 한 여인이 말을 걸어왔다.

역시 민족 전통옷을 입고 있었다.

나이는 좀 있어 보였고 영어가 유창했다.

1박에 30만 동(1만 5천 원).

마을까지 픽업해주고 매끼 제공해준다고 했다.

처음 여인은 수제품 , 두 번째 여인은 민박 호객 행위를 했던 것이다.


사파의 맑은 공기, 쾌적한 온도에서 나는 실컷 걷고 싶었다. 자연 풍광 속에서 마음껏 사색하고 싶었다.

하지만, 발걸음을 뗄 때마다 들리는 세 옴(오토바이 택시) 기사들의 호객 행위 그리고 이런저런 호객 행위로 나는 사파에서 온전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사파 익스프레스

https://www.sapaexpress.com/en

하노이에서 사파 이동할 때 이용한 버스 회사다.

사파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인 것 같다.

운전기사 외, 버스에서 영어로 안내해주는 가이드가 있다.

사무실은 호안끼엠 호수 근방에 있으며 온라인 예약 가능하다.

나는 탑승 위치도 알아둘 겸 사무실에 방문해서 예약과 결제를 했다.

베트남 동, 미국 달러 모두  가능하다.

슬리핑 버스와 리무진(우등버스), 두 종류가 있다.


굿모닝 사파


숙소 주인이 추천해 준 식당이다.

숙소 바로 맞은편에 있었다.

양도 많고 입맛에도 맞아서  두 끼를 그곳에서 먹었다.

부부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주인인 듯했다. 정제된 매너와 과하지 않은 친절도 마음에 들었다.

 

판시판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높은 곳. 3,142m.

케이블카로 갈 수 있다. 왕복 75만 동(3만 8천 원).

매표소에서 80만 동을 훨씬 웃도는 가격을 말하길래 비싸다고 했더니 그제야 중식 포함 티켓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런 거 필요 없다고!


나는 판시판이 너무 추웠다.

단단히 껴입었다고 생각했는데 거센 바람과 비에 몸도 마음도 기진맥진.

날씨가 좋지 않아서 정상에서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만 보고 왔다.


판시판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에서의 전망도 장관이라고 들었지만 나는 이미 인도에서 히말라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경험한 터, 이 정도로는 별 감흥이 없다.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안개와 추위 체험만 하고 온 느낌. 추위 탓에 정신이 혼미했다.

차라리 비슷한 가격의  다낭 바나 힐이 제 값을 하는 것 같다.


세 번째 여인


사파 익스프레스에서 내려 사파 중심지로 가기 위해 내려간 계단, 아름다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작고 아름다운 호수.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그 호수를 다시 찾았다.

조용히 물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여기에서 사파의 세 번째 여인(아이)을 만나게 된다.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은 지 5분도 안되어, 등에 동생을 업은 6살짜리 아이가 물건을 사달라고 졸랐다.

겨우 물리치고 나자 그 또래의 아이가 왔다.

주변을 보니 그런 아이들이 수두룩했다.


사파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계획은 무참히 깨지고 오히려 산만한 여행이 되어 버렸다.


친구에게, 사파에서의 혼란에 대해 얘기했더니 혼자 돌아다녔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진짜 그래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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