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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 마수리 Jan 27. 2020

뗏(설날)에 뭐해요?

하노이에서 방에 콕!

비엣남(베트남)에서 두 번째 뗏(설)을 맞았다


비엣남 사람들은 복숭아나무와 자몽 나무를 준비하면서 설을 맞이한다.


그 사이 나는 임기의 절반을 채웠고 이사도 했다

사실, 나는 비엣남의 설 연휴를 손꼽아 기다려왔다.

작년 경험으로 보아, 이 기간에는 더없이 평화로운 하노이가 되기 때문이다.

처음 며칠은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 조용함과 평화를 마음껏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게으름을 피우고, 밥도 챙겨 먹고, BBC World News도 챙겨 보았다. 다 알아듣냐고? 그럴 리가.

화면과 자막이 있지 않은가.




연휴가 시작되기 전, 미국이 이란의 군부 실세인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했고, 바로 직전까지 반정부 시위를 하던 이란 국민들은 반미 시위로 돌아섰다.

그리고 그들은 피의 복수를 다짐하며 '붉은 깃발'을 올렸다.


무함마드(이슬람 창시자)의 혈통(손자)인 후세인이 그의 추종자들을 만나기 위해 바그다드로 향하던 중 반대파에 의해 암살되자 그것을 기리고 복수를 다짐하면서  680년에 처음 올려졌던 붉은 깃발.

 깃발 1340년 만에 다시 올진 것이다.


잠카런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올려진 '붉은 깃발'은 곧 미국에 대한 '피의 복수'를 의미했다



<시아파와 수니파>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는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죽었다.

들들은 모두 요절하고 딸인 '파티마'와 사위인 '알리'가 그 정통성을 이어받는다.


'파티마'와 '알리'의 자손만을 무함마드의 정통 후계자로 인정하는 사람들을 '시아파'로 부르고, 다른 왕족들도 인정하는 사람들이 '수니파'로 불린다.

수니파가 절대다수(약 85%)이고 시아파는 소수이다(약 15%, 이란).



그렇게 미국과 이란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을 때, 란계 캐나다인들이 탑승한 여객기가 격추되었고 사람들은 미국의 소행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란군의 어이없는 실수로 격추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위대는 다시 반정부 아섰다.


자국민이 타고 있던 여객기를 미국의 정찰기로 오인한 이란군의 실수로, 란인들이 다짐했던 미국에 대한 결의는 빠르게 동력을 잃었다.


미국이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비엣남도 한국도 확진자가 나왔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들은 계속 나올 것이다.

인간은 참 위대하면서도 나약하다.


You Are What You Eat.




연휴 동안 비가 세차게 왔다.


문득 쳐다본 부엌 바닥에 물이 흥건했다. 외부와 연결된 문 밑으로 비가 새어 들어온 것이다.


내가 겪어본 비엣남 집들은 문이 바닥에서 살짝 떨어져 있다. 이 집도 출입문과 부엌문이 바닥에 닿아있지 않고 틈이 있다.

그 틈으로 빗물이 들어온 것이다.

왜 그런 틈을 두는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집주인이 지붕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다행이긴 한데 한편으로 걱정도 된다.

그 일을 핑계로 수도 없이 방문을 두드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수없이 내 방을 방문했으므로.

집주인이나 경비나 양식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는 하나 예고 없이 눌려지는 초인종과 문 두드리는 소리는 나를 예민하게 만든다.


며칠 만에 나온 거리.

하노이가 맞나 싶다.

이렇게 평온하고 고요할 수가!

며칠 후면 다시 아비규환으로 변할 것이다.

나는 다시 사람을 만날 것이고 일을 할 것이고 매연을 '흠뻑' 마실 것이고 소음에 시달릴 것이다.

그리고, 노상 방뇨하는 '놈'들도 수없이 볼 것이다.


시간아! 멈추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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