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리수리 마수리 Jan 05. 2020

'사는 것'과 '여행하는 것'

하노이 생활 1년

까만 머리, 까만 눈, 아담한 체구, 유럽에 있을 때 나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아시아 국가에서 노란 머리, 하얀 피부의 서양인을 보면 저절로 눈길이 가는 처럼 유럽인 사에서 내 외모는 저절로 눈에 띄었을 것이다.

나는 눈에 띄는 게 싫었다.

무리 속에 섞여서 나도  그 사람들 중 한 명이기를 바랐다.


베트남 사람과 비슷한 외모 덕에 하노이(베트남) 거리를 다니면 나는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그들도 나를 베트남인으로 안다. 유럽에서 느끼던 이질감이 전혀 없다.


더구나 그들은 한국인에 호감이 있어서 베트남 어디를 가든 나는 자신 있게 한국 사람이라고 말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런데 나는 하노이 거리를 다니기가 두렵다. 

거리로 나오기만 하면 눈살 찌푸리는 장면을 보게 되고 하루하루 간신히 버텨내고 다.


첫째, 어마 무시한 매연과 소음

둘째, 어마 무시한 교통 체증

셋째, 지저분한 거리와 악취

넷째, 노상 방

다섯째, 힘든 도보 환경. 인도에 오토바이가 다니고 길이 중간에 끊어지고.


이러한 이유외출하고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하노이 생활 1, 건강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다낭

그래도 하노이 사들은 점잖은 것 같아요.  

같은 대도시라도 호찌민은  경제 도시라 그런지 활력 넘치기는 하는데  소매치기도 많고 사람들이 좀 영악스러운 면이 있다고 들었어요.

하노이

그런가? 그런데 친절하지 않아요.  미소가 없어.

관광객이 많이 가는 호안끼엠 호수 맥주 거리 야시장에서는 소매치기도 많아요.

대도시라 물가도 비싸고.


다낭은 날씨가 참 좋네요? 푸른 하늘을 참 오랜만에 봐요.

다낭은 살기 좋은 곳으로 소문났던데,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보면서 사니까 좋겠어요.

다낭

다낭도 날씨가 항상 좋지는 않아요. 우기에는 비가 자주 오고 여름에는 너무 고 습해서 힘들어요. 다낭에 더 있을까 생각하다가도 더운 날씨를 생각하면 망설여집니다.

하노이

하노이 여름도 '죽음'이에요. '찜통'.

다낭은 길이 많이 막히지는 않요. 도로도 반듯하고.

하노이는 길이 복잡하게 엉켜있는 데다 여기저기 공사하는 곳이 많아서 길이 엄청 막혀요. 비까지 오는 날은 생지옥이요.

집에 도착하면 파김치가 되어 쓰러다니까요.

다낭

다낭도 교통량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기는 해요. 워낙 관광객이 많아져서.

그래도 베트남어 사용하기에는 하노이가 좋은 것 같아요. 여기는 사투리가 있어서 우리가 배웠던 발음이랑 많이 달라요.  

우리는 하노이(북부) 표준 발음으로 배웠잖아요.  그래서 여기 발음은 알아듣기도 힘들고 내가 말해도 여기 사람들이 못 알아듣더라고요.

하노이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하노이에서는 내 베트남어가 조금 통했는데 여기에서는 안 통하더라고요. 발음이 완전 달라요. 그리고 내 발음을 자기네 발음으로 고치려고 더라고요.

처음 베트남 오면 베트남어를 열심히 공부하다가 중부 지방 여행 갔다 오면 절망하고 포기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유를 알겠어.


다낭도 한국 음식점이 꽤 있네요?

다낭

네. 한국 식당도  한국 식재료를 파는 '케이 마켓'도 어요.

하노이는 거의 한국이지요?

하노이

맞아요. 미딩(한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 있으면 한국어로 다 통해요. 외국에 있을 때면 항상  짜장, 떡볶이, 잡채, 김밥이 그렇게 먹고 싶었어요. 먹을 수 없으니까 더 땡겼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하노이에서는 음식에 대한 향수는 어요. 한국 음식이  다 있거든요. 족발, 순대, 냉면, 감자탕, 찌개, 짜장 등 없는 게 없어요.

먹고 싶을 때 사 먹으면 기는 하지만 마음대로 사 먹을 수는 없어요. 한국음식이 현지 물가에 비해 워낙 비싸든요. 한국 물가보다 더 비싸요.

다낭

저는 동남아시아만 다녔고 유럽은 아직 못 가봤는데, 어떤가요?

하노이

저는 도시를 평가할 때  도보 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요. 그 말은 곧, 거리가 깨끗하고 교통 문화가 좋고 공기가 좋고 소음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가 갔던 유럽 도시 중에 몰타의 '발레타'를 제외하고는 그런 점이 좋았습니다.

독일의 도시들,  옥스퍼드, 프라하, 암스테르담, 브라이튼 등.

하노이는  정반대예요. 도보 환경이 최악입니다. 그래서 제 유일한 취미인 '걷기'를 할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워요.

공원이랍시고 가면 아저씨들이 웃 벗고 다니고  아무 데서나 볼일을 보고.

거리에 나서면 매연, 소음, 악취, 인도까지 점령하는 오토바이들.

1년 살았는데 점점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다낭에는 사기꾼, 거짓말쟁이, 도둑이 없다고 하던데 실제로 그래요?

다낭

그런 말이 있어요?

하노이

다낭 사람들은 친절하다는 말도 있는데, 안 들어 보셨어요?

다낭

하하.

하노이 람들은 점잖다고들 하던데.

하노이

하노이 사람들은 표정이 없어요. 웃는 얼굴 보기가 힘들죠. 그래서 점잖다는 표현을 쓰 건가?


그러고 보니 하노이 살면서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 해본 것 같아요. 치안이 비교적 좋은 거죠. 하지만, 교통 상황에 대해서는 매일 매 순간 위험하다고 느껴요.

매일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기사들의 안전 의식이 아주 '바닥'이에요.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데도 출발해버려요. 말 미칠 노릇이죠.

한 번은, 버스에서 내리다가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적이 있어요.

내리고 있는데 기사가 가속 페달을 밟은 거죠.

 

'사는 것'과 '여행하는 것'

하노이에 며칠 여행 온 거라면,

넘쳐나는 오토바이를 보면서 역동적이고 활력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 그러나 살아보라!


하노이에 며칠 여행 온 거라면,

서너 배의 바가지요금에도 관대했을 것이다.

호이안 '투본 강 투어'가 베트남인은 5만 동, 관광객(외국인) 20만 동.


하노이에 며칠 여행 온 거라면,

꼭두새벽부터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부지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더운 날씨 때문에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것뿐이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프라하의 '카를교'를 건너시간, 뉘른베르크를 거닐던  시간, 암스테르담의 운하를 바라보던 시간들을 이렇게 그리워할 줄 몰랐다. 그 평화롭던 시간들.

그곳에서는 '사는 것'과 '여행하는 것'에 어떤 간극이 있을까?


그러나 나는 장담할 수 있다.

끔찍한 하노이 생활도, 떠나는 순간부터   그리워하리라는 것을. 

부디 그때까지 잘 견뎌내기를!


이전 04화 코이카 후배 단원에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