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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 마수리 Mar 01. 2020

하노이, 코로나

하노이 생활 1년 2개월


2020. 01

뗏(설) 연휴를 전후로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시작했다.

한국도 비엣남도 차분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2020.02

비엣남은 초, 중, 고. 대학까지 휴교에 들어갔다.

한국은 겨울 방학 기간이지만 비엣남은 겨울 방학이 없다.


02.18.

한국에서 31번 확진자 발생,

이후로 한국에서는  감염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다.


특히 하노이는 한국과 교류도 고 한국인 거주자가 많다 보니 한국인에 대한 경계가 높아졌다.


이때부터 공안들이 한국인이 사는 집을 가가호호 방문해서 조사하기 시작한다. 설문지를 들고.

한국 방문 혹은 경유 사실, 특히 대구 경북, 여권 확인 .


휴교는  다시 1주일, 2주일씩 연장되었다.


02.24

대구발 비행기를 타고 다낭 공항에 입국한 한국인들이 격리되었고

다음 날, 한국 언론이 격리 사실을 보도했다.


02.25

격리된 사람들의 행동과 주장이 동영상으로 유포되면서 비엣남 사람들의  한국인에 대한 감정이 격되었다.


각각의 입장은 이렇다.


A:... 이런 빵(반미) 쪼가리나 주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호텔로 겨달라. 이곳에서는 없던 병도 생기겠다.

우리는 확진자도 아니다.

B: 반미(비엣남식 샌드위치)가 얼마나 맛있는데.

대구에서 온 위험한 인물들이, 시키는 대로 하지 너무 좋은 대우를 바란다.


4성급 호텔로 옮겼다는 말도 있고 4성급 호텔을 알아는 봤으나 옮기지는 않고 격리 시설에  머물렀다는 예기도 있다.

근처 한인 식당에서 한식을 구해 제공했다는 소식도 있다.


다낭에서의 이 일로, 한국인에 대한 혐오 반응이 쏟아졌다.


승차 공유 서비스인 그랩 (Grab)에서 한국인 승차 및 예약 거부,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한국인 거절, 한국인 밀집 지역 방문 자제 등.

* 위 사례들은 사실 , 정확한 시기 구분이 어렵다.  다낭 공항 사례 발생 전후로 생겼고 그 일을 계기로 더욱 증가했을 것이다.


정작 내가 놀란 것은 비엣남 학생들의 반응이다.

자신들의 소셜 미디어에 한국인 혐오 발언들을 거칠게 쏟아내고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국과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제자들의 거친 반응에 주변 한국어 선생님들이 적잖이 충격을 받고 있다.

나는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아서 확인은 못하지만 내 제자들도 그런 반응을 보인 학생들 있겠지.

아! 이럴 때는 모르는 게 약.


비난을 하고 의견 표현을 하는 것은 좋지만 한국어 전공 학생들이라면 좀 더 차분한 자세이기를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려나.


대학들은 3월부터  정상 수업을 하는 곳도 있고 다시 1~2주일 휴교 연장을 결정한 곳도 있다. 런데 이번에는,

학교 전체가 휴강인 경우도 있지만 한국인 선생님만 쉬라고 하는 곳도 있다.

우리 학교는 학생과 외국인 선생님들이 휴강이다.


02.29

무비자(무사증) 한국인 입국 금지.


한국발 비행기들은 하노이 노이바이(Noi Bai) 공항에 들어오지 못한다.

번 돈(Van Don) 공항으로 가야 한다.

번 돈 공항에서 하노이까지 3시간 소요.


03.01

한국발 비행기들은 호찌민 떤선넛(Tan Son Nhat) 공항에 들어오지 한다.

껀터(Can Tho) 공항으로 가야 한다.

껀터 공항에서 호찌민까지  4시간 소요.


코로나 확산을 두고 두 가지 입장이 팽팽하다.

나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안 해서라는 주장.

다른 하나는, 신천지 교인들의 무분별한 행동 탓이라는 주장.


로나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귀국한 한국인 때문에 발생했다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은 첫 번째 입장.

즉, 중국인을 안 막아서 이렇게 확산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 초기 환자들 중에는 3,4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국인이었다.

자국민 입국을 막을 수는 없는 일.


신천지 교인이 처음으로 확진된 후 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 감염자 수.


한나 슈라는 여인이 있다.

나치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전범 재판에 회부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하지 않은 일까지  뒤집어쓴 상황.

이 누명을 벗어나는 길은 아주 간단하다.

종이에 자신의 이름만 쓰면 다.

서류의 필체와 자신의 글씨체가 맞는지만 확인하면 녀에게 훨씬 유리한 재판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문맹이었으니까.

그냥 문맹이라고 말했으면 누명도 벗고 감형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맹이란 걸 들키고 싶지 않아 하지도 않은 일을 그대로 인정해버린다.

그 대가는 종신형.

종신형과 맞바꾼 그녀비밀, 종신형을 받더라도 끝까지  드러내지 않고 지키고 싶었던 그 비밀.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이야기다.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도 만들어졌다. 


세웛호, 유병언, 구원파.

코로나, 이만희, 신천지.


그들은 무엇을, 누구를 지키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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