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5-19

싱가포르-다시 한 주

by GIL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내 몸에 생기는 의문의 발진, 입술 부르틈, 그리고 낮에는 멀쩡하던 아이가 밤마다 열이 났다. 병원에 가고, 깜짝 놀랄 금액이 담긴 영수증들을 받아 든 금요일이 되어서야 나도 아이도 괜찮아졌다.


내가 좀 힘들어서 편하게 지내고자 일주일간 둘째를 학원 오전반에 보냈는데, 첫날부터 엉엉 울면서 쉬는 시간에 어디 가지 말라며 엄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우는 아이를 위로하며 학원 어느 방2구석에 대기하는 나.


뭐를 할까 하다가 외딴방 출간 30주년이라기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무겁고 힘든 시절을 견뎌낸 노동자들의 이야기이며, 한 여자의 성장기였다.

꼭 꼭 숨겨왔던 자기 인생의 한 시절을 조심스럽게 풀어낸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때로는 피식 웃었지만, 전반적으로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한 정서가 가득했다. 이번 주 힘든 마음에 위로가 되어 준 책.


그 사이에 아이는 수시로 나와 나를 확인했고, 다음 날부터는 쭉 혼자 있어야 한다고 얘기할 때마다 눈물을 보였다.

다음 날에도 나는 학원에 1시간 간격으로 아이를 만나야 했으므로 어디 가지도 못하고 학원 주위를 빙빙 돌아다녔다. 덕분에 눈 감고도 방향을 알게 된 오차드 거리.


점심은 아이들과 집에 와서 죽을 먹고, 저녁에는 언니에게 잠시 아이를 맡기고 산책을 다녀왔다. 그 밖에는 무엇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버스로 10분 정도 걸리는 몰에 가서 장을 보거나 동네 음식점이나 커피숍에서 간단한 음식을 사는 정도가 내가 한 주 동안 한 일의 전부였다. 마트는 온통 빨강이었고, 듣도보도 못한 식재료도 많았다.


수요일 새벽에는 아이 열이 조금 내려서 37.7도 정도였다. 낮에도 컨디션이 좋기에 괜찮아진 줄 알고 같이 동네 놀이터에 가서 감자튀김을 먹는 다람쥐들을 보고, 모래놀이도 하고 신나게 놀다 손 잡고 돌아오는데, 뭔지 모르게 지나치게 따뜻하다.

그날 이른 저녁부터 아이는 열이 심해져서 다음 날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 8시 반부터 연다기에 갔는데, 1시간쯤 기다려야 한대서 그 앞의 호커센터에서 죽을 사 먹었다.

생선죽과 커피, 맛있었다. 아이도 너무 멀쩡했고 의사 선생님도 아이가 잘 놀면 괜찮다고 해서, 늦게 학원에 가기로 하고 택시를 타고 갔는데, 다녀오니 또 온몸이 뜨거워지며 열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긴가민가 했었는데 아무래도 원인은 학원에 있는 것 같다 생각했다.




그리고 금요일


아이를 들여보낸 후에 큰 맘 먹고 근처 공원에 가려고 버스 시간을 1분도 놓치지 않고 계산해서 짧게 다녀온다. 휴식시간에 잠시 아이 얼굴을 보고 바로 옆 건물로 언니를 만나러 갔다.


직원 분이 한국 분이어서 한국어로 주문하는 호사를 누렸고 주문한 인도네시아 커피는 묵직하고 맛있었다. 1인 1주전자 후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 안녕, 오차드


근처 말레이 음식점에서 고등어구이를 사가서 점심으로 먹었다.

아이는 이 날 마지막으로 열이 났고,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일상이 아닌 곳에 나와서 느낀 건, 욕심부리지 않고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라면 오히려 작은 일에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가 클 때까지는 너무 무리한 일정을 짜지 않을 것.

놀이터에 가고 모래놀이를 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행복한 아이를 있는 그대로 지켜줄 것.


저녁에 예약해놓은 나이트 사파리에 작은 아이가 혹시 아플까 못데려갔고, 큰 어린이 두명과 함께 다녀왔다.

날이 너무 시원했고, 밤의 동물원은 환상적이었다. 루소의 정글이 생각나는 곳이었다.



길었던 한 주

꼬북칩과 카발란 페어링으로 한 주를 마무리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