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나에게

파리 출장기 1

by GIL

그녀는 일 년에 3-4번 밀라노와 파리로 출장을 간다.


그중 유독 파리가 인상적인 이유는, 일 때문에 억울한 일을 더 많이 당했기 때문일 거다.

자부심과 오만함의 어딘가. 항상 그녀를 푸쉬하고 무시하고 상사처럼 굴려고 드는 그 오만함에 피곤함은 평소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일 뿐 아니라 공항에서도 그 민족은 자부심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친절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사람들.


이번에는 그녀 혼자 가는 출장이었는데, 차라리 정말 혼자만 가면 좋았겠으나 사장님께서도 방문을 하신단다.

꼭 저녁은 같이 먹어야 한다는 사장님 덕에,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회식을 하러 간다. 저녁 시간 중 온갖 아첨이 난무하는 더러운 꼴을 보며 그녀 또한 무리와 하나 되어간다.

네, 원샷이요!! 웃고 있는 그녀는 속으로 정말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린 거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일찍부터 준비하고 나가 9시에 오피스에서 사장님 방문을 대기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교통 체증으로 늦으셨다.

간단한 방문이라던 취지와는 다르게 갑자기 본사 직원이 새로운 임원을 소개해준다면서 만남은 급격하게 회의로 바뀌고, 본사 사장이 등장했다.

시작은 정상적이었으나 점점 언성이 높아지더니 급기야 그쪽 사장이 본인들은 이렇게 노력하는데 너네는 아무것도 안 하지 않냐며 화를 내기 시작한다. 그녀는 사장님들끼리 화를 내는 상황에 처음 내던져져 안절부절못한다.

화를 내가다 나가버리는 본사 사장, 이쪽의 사장님 또한 매우 화가 났다.


이후 본사에서 새로운 시즌의 상품설명을 시작하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그녀에게 설명하라고 한다.

네? 제가요? 저도 오늘이 처음인데요?

몹시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처음 보는 것들에 대해 긴급하게 막 떠들어 대기 시작한다.

대체 무슨 말을 지껄여댔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사장님이 일정 때문에 떠나고, 그녀의 멘탈도 멀리 멀리 떠나간다.


그녀는 대충 입에 점심을 욱여넣고 무작정 걸었다. 걷고 걷고 또 걷다 보니 개선문이다.

관광지에 잔뜩 서있는 관광버스와 사람들을 보며 아주 아주 큰 괴리감을 느꼈다.


행복한 사람들 중에 절어있는 일인


걸으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왜 본사에서도 한국에서도 자신의 포지션은 욕받이어야 하는가?

백번 천 번 생각해봐도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 속에서 다시 들어가서 일이나 하자며 걷는다.


길었던 반나절. 그새 폭삭 늙어버린 것 같은 마음을 느끼며 다시 사무실로 들어간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