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나에게 4

파리 출장기 4

by GIL

밤이다. 그녀는 크레페만 먹은 것에 헛헛함을 느끼며 가장 좋아하는 출장 메뉴인 마지막 컵라면을 꺼낸다.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켠다. 이적이 토크쇼를 하기에 호기심에 틀어보았는데 다정에 대한 수다였고, 다정도 시간이 있어야 다정할 수 있다는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후루룩 면발을 빨아들였다. 그래, 다정한 시간.


내 시간을 이렇게 통째로 받쳐가며 교환해서 받은 돈으로 나는 무엇을 누리고 사는가? 나의 다정한 시간은 어디에 있지? 아이들을 매일 재촉하며 사는 삶 밖에 없는 나의 다정함은 대체 어디에 꼭꼭 숨어있는 것일까? 누구에게 주기 위해 이자도 없이 이렇게 쌓아두기만 하는 것일까?


모든 것이 힘들고 지치기만 해서 이제 모두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서울에도 파리에도 내 편은 아무도 없다. 음악을 틀어놓고 잠을 청한다. 창 밖에 플라타너스가 세차게 흔들렸다.



'이 출장은 나의 마지막 파리 출장이다.'


그녀는 그 마음을 담아 출장을 간 지 오래되었고,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그만 멈추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다정을 찾고 싶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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